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개헌론(改憲論)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는 12·3 계엄 선포 사태를 통해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공감대가 깔렸다. 과거에도 전·현직 대통령의 탄핵·수사 등을 겪으면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더 세다.

국민의힘은 개헌에 적극적이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헌정사상 세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여당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원로 그룹까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개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표결을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지금은 대통령제를 탄핵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개혁신당도 최근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 혁파를 위한 개헌을 촉구했다. 개혁신당은 “다음 대통령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18일 “조기 대선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개헌”이라며 “선(先) 개헌 후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금은 개헌 논의보다는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우리의 현실에 잘 맞는지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야권에선 “계엄 사태로 집권 가능성이 더욱 커진 이 대표로서는 대통령 권력을 약화시키는 개헌이 내키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에서도 “‘87년 체제’가 한계에 왔으니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인사들이 상당수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만들어졌고 그 이후의 정치 구조는 흔히 ‘87년 체제’로 불린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개헌특위가 여러 번 구성돼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의 다양한 개헌 방안을 내놨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