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진입했던 계엄군 병력이 이튿날인 12월 4일 새벽 계엄해제 후 국회 밖으로 철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헌법재판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탄핵 남발에 더해 민주당이 국회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미뤄오면서 소장 권한대행(문형배 재판관) 이하 비정상적인 ‘6인 체제’로 파행운영돼 왔다. 헌법재판관 부족으로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안까지 헌재로 넘어오면서 다른 모든 재판을 뒤로 미뤄야 할 정도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급기야 헌재는 지난 12월 16일 “대통령 탄핵심판을 최우선적으로 심리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소동 직후, 민주당이 국회몫 헌법재판관을 추천했으나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통령 탄핵안 심리까지 당장 처리해야 할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국회 통과와 함께 즉시 대통령 권한을 넘겨받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향후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할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총 9인으로 구성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행정부), 국회(입법부), 대법원장(사법부)이 각 3명씩을 추천하지만, 9명에 대한 최종 임명권한은 대통령이 갖는다.

지난 12월 1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전격 사퇴로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권성동 원내대표도 지난 12월 17일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기 전까지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민주당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임기가 만료된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의 후임 재판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은 전례를 거론한 것이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이정미 당시 헌재 소장 권한대행 이하 ‘8인 체제’에서 결론이 났다.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된 2017년 3월 10일 이후였다. 만약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를 포기하면 헌재는 ‘6인 체제’로 결론을 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상 ‘6인 체제’에서는 6명의 재판관 중 한 명만 반대해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이에 맞선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탄핵할 수 있다며 벼르고 있다.

‘내란수괴’ 인정되면 최소 무기징역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內亂)’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내란죄’ 여부는 윤 대통령의 향후 운명을 가늠할 최대 쟁점이다. 형법 제87조는 내란죄에 관해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심판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만약 윤 대통령이 ‘내란수괴(우두머리)’라는 결론을 내리면, 윤 대통령은 최소 무기징역에 처해져 남은 여생을 어두컴컴한 감방에서 보내야 한다.

내란죄는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지만1997년 대법원에서 ‘12·12 사태’(1979년) 와 ‘5·18 광주사태’(1980년)와 관련해 ‘반란 및 내란수괴’로 결론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받은 터라, 그 이상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1981년 대법원에서 ‘5·18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무기징역, 20년형으로 차례로 감형된 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는 재심을 거쳐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워낙 형량이 무겁고 엄중한 터라 ‘12·3 비상계엄’을 즉각 ‘내란’으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라고 지칭한 민주당과 달리,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가 인정되면, 자칫 여당인 국민의힘마저 ‘내란 동조세력’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조기 대선을 통해 민주당이 집권하면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한 ‘위헌정당’으로 몰려 정당의 존립근거가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선동사건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로부터 9명 재판관 중 8 대 1로 ‘해산’ 결정을 받아든 전례가 있다.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로 기소돼 2015년 대법원에서 내란선동죄로 징역 9년형이 확정된 바 있다.

‘내란 동조’ 피하려 선 긋는 국민의힘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보는 것과 관련해서는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우선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제87조에서 ‘내란’을 규정하면서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國憲)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暴動)을 일으킨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과 관련해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한밤중 국회에 군병력을 투입해 의원들을 체포하려고 한 것은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법 제91조 제2항에서는 ‘국헌문란’과 관련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밤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서울 여의도 국회와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지에 무장한 군 병력을 투입한 것이 정확히 여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비상계엄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 구속 중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며 “이를 수사하는 것이 내란”이라는 정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윤 대통령을 외곽지원하는 석동현 변호사(전 서울동부지검장) 역시 “법리나 판례상 계엄의 전제상황이 되는 국가비상사태의 판단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오히려 내란죄의 성립요건에 규정된 국헌문란의 실태, 그로 인한 국정농단의 책임은 야당 의원들에게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라고 역공을 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당초 내란죄 조문에는 일부 영토를 점령한다는 뜻의 ‘참절(僭竊)’이란 표현이 들어있는데 이후 많이 순화가 됐다”며 “비상계엄으로 일부 영토를 떼어내거나, 국회의 기능이 정지됐거나, 실제로 체포된 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느냐”라고 반문하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역시 같은 조항에서 ‘국헌문란’ 뒤에 언급한 ‘폭동’에 초점을 맞추어 내란죄로 규정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월 3일 밤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지만 ‘폭력과 위협’을 수반하는 ‘폭동’과 같은 상황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형법상 ‘국헌문란’은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폭동’의 정의는 별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전적인 정의를 따르는데, 국립국어원이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은 ‘폭동’을 ‘내란에까지 이르지 아니하였으나 집단적 폭력행위를 일으켜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비상계엄 조치를 전후로 한 명도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동’으로 보기에도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 역시 같은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안 2차 표결 직전인 지난 12월 12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며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마비와 국헌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겨냥한 민주당의 잇단 탄핵 남발을 거론하면서 “거대 야당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여 위헌적 조치들을 계속 반복했지만, 저는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며 ‘비상계엄’ 발동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헌법 제77조 제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8월 15일) 직후인 같은해 10월 21일 ‘여수·순천(여순)사태’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 비상계엄을 발동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다음날인 1979년 10월 27일 마지막 비상계엄이 선포되기까지 총 12회 비상계엄(경비계엄 4회 제외)이 발동됐지만 ‘비상계엄’ 선포로 당대에 법적 처벌을 받은 대통령은 전무하다.

자연히 윤 대통령의 향후 운명을 가를 ‘내란죄’ 성립 여부와 관련해서는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및 모든 공직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에 따라서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며 “전시 및 사변에 준하는 상황이 아닌 정치지형을 바꾸려는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위헌이고 99.9%가 아닌 100%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단언했다.

“탄핵 결정한 뒤 내란 여부 따져도 돼”

반면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으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을 지낸 황정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란죄, 직권남용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의 성부는 수사 중이고, 법원에서 심리 판단할 사항이지 헌법재판소에서 다루기 어렵다”며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한 기소 및 수사 결과 발표 때까지는 소추사유 중 내란 부분에 대한 증거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석종근 한국선거행정사협회장은 “탄핵은 헌법심사 대상이고 내란은 사법심사 대상인 만큼 탄핵 여부를 우선 결정한 뒤에 내란 여부를 판단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사법심사는 공소시효가 충분하고 피고인의 방어권도 있는 만큼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대 사형까지 가능한 내란죄의 공소시효는 25년에 달한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던 2017년의 헌법재판관들은 대통령 탄핵심판의 헌법적 의미와 그 무게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며 “대통령보다 국민적 신임이 약한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심판권을 행사하여 ‘대통령 파면’이라는 주권적 의사를 파기하는 결정을 내릴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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