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작년 11월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24 트라이포럼·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심포지엄'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임기가 끝나고 떠나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자리에 조셉 윤(71)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임시대리대사(chargé d’affaires)로 파견될 것으로 6일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 정부가 한미 간 안정적인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귀국하는 골드버그 대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북 전문가인 윤 전 대표를 임시대리대사로 보내기로 했다. 대리대사는 특정 국가에서 정식 대사가 임기 만료 등으로 공석인 상황에서 임시로 해당 국가의 외교 업무를 책임지는 고위급 외교관이다. 미국 대사는 적어도 수개월에서 길게는 일 년 이상 걸리는 연방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지만, 대리대사는 바로 부임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의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믿을 만한 인물을 급파해 양국 간 대화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과거에도 미 정권 교체로 주한대사가 공석이 된 적은 많았다. 트럼프 1기 때도 미 정부는 주한대사를 계속 공석으로 두다가 트럼프 취임이 1년 6개월이 지난 2018년 7월 해리 해리스 전 대사를 보냈었다. 그러나 주한대사관에 남아있는 고위급 외교관을 대사대리로 승격하는 과거 전례와 달리 별도 인물을 대사대리로 임시 파견하는 방식은 전례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미 외교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주한대사 공석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한국과의 대화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말 취임하는 트럼프 측에도 이 같은 파견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표는 트럼프가 취임한 뒤 주한 미 대사를 정식 지명하기 전까지 임시 체제로 주한 미 대사관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 미 정치권 인사는 “민주당·공화당의 신구 행정부가 이 같은 인사에 공감대를 이룬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했다.

윤 전 대표는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6자 회담 수석대표,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거쳐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지낸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협상가다. 토니 블링컨 국무 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 가까워 바이든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블링컨 국무 장관은 이날 방한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및 조태열 외교 장관과 잇따라 만났다. 블링컨은 이날 한미 외교 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민주주의 선도국으로서 헌법에 입각해 앞으로 나아갈 것을 믿는다”고 했다. 조 장관은 “(양측은) 한미 동맹에 어떠한 공백도 없음을 재확인했다”고 했고 블링컨도 “한미 동맹은 한 지도자, 한 정당, 한 정부보다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