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상현(5선·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소프트웨어가 망가진 대한민국에 대한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꼈고 이 상황의 엄중함을 국민에게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 이후 침묵을 이어가는 데 대해서는 “지금 말을 하게 되면 좌파의 선전·선동에 휘둘릴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헌법재판소에 가서 직접 말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처음 시도했던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있었다. 윤 의원은 그 뒤로도 거의 매일 관저 앞을 찾아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관저 안으로 들어가 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만나고 있다. 윤 의원은 다음은 일문일답.
-관저에서 만난 윤 대통령은 어땠나.
“윤 대통령은 아주 의연하고 꿋꿋하게 있다. 오히려 내게 수고한다고 격려했다. 애국시민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고, 모든 걸 다 각오하고 있다는 모습이었다. 건강은 이전과 비슷해 보였다.”
-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던가.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하드웨어는 멀쩡하게 보이는데, 소프트웨어를 보면 너무 망가져 있다. 그래서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꼈고 이 상황의 엄중함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알릴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상황의 엄중함을 알리겠다고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나.
“윤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하는 1980년 5·17 때와는 다른 계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내 생각으론 윤 대통령이 5·17과 같은 ‘경성 계엄’이 아니라 ‘연성 계엄’을 생각한 것 같다. 국민에게 위기 상황을 알리고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면 받아들일 생각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과정에서 직접 말할 것 같다.”
-헌법 77조는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나.
“헌법 77조는 대통령의 비상 대권으로서 이에 대한 해석 권한은 오직 대통령에게만 있다는 것이 윤 대통령 측의 입장이다. 국회의원인 나만 하더라도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못 느낄 수 있지만, 대통령은 좌파 사법·부패 선관위·종북 주사파 카르텔 등의 심각성을 보면서 더는 통치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탄핵소추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당이 저렇게 분열돼 있어서 내가 탄핵당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도 했다’고 하더라.”
-윤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주요 언론사 등 외신 인터뷰 요청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본인의 입장을 우리 국민에게 먼저 얘기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금 하게 되면 좌파의 선전·선동에 휘둘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헌법재판소에 가서 직접 말하고 싶어 한다.”
-공수처와 경찰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 시도가 임박하면서 경호처와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도 그걸 걱정하고 있다. 또 대통령 관저 앞 차가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하는 분들에 대한 얘기도 다 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분들한테 희생과 불편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변호인단을 통해 ‘기소를 하든지,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라’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아니라 정당한 기관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정당한 영장을 가지고 오면 당연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유튜브만 본다는 말도 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신문과 방송을 보고 있고, 주요 보도는 다 보고받고 있다.”
-윤 의원은 비윤계였는데 탄핵소추 이후 친윤 핵심이 됐다고들 한다.
“나도 솔직히 내가 이렇게 하면 수도권에서 정치를 더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모신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탄핵당하는 불행을 막아야겠다는 인간적인 도리이자 의리가 있다. 더 나아가 대통령 개인의 탄핵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체제 탄핵이 될 것이다. 또한 좌파 사법·부패 선관위·종북 주사파라는 3대 검은 카르텔로 대한민국 체제가 붕괴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이건 보수와 진보의 문제를 넘어서 체제 존속 여부에 대한 문제다. ‘대권과 같은 다른 욕심 때문에 저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중도로 가지 왜 이곳에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