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사직하자 정치권 일각에선 경호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저지 전선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박 처장은 지난 3일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 시도 때 경호처의 저지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그런 박 처장이 이날 경찰 조사를 받으려 출석하면서 사직해 경호 지휘 공백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는 “공수처가 체포 영장 재집행에 나서더라도 윤 대통령 경호 대책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날 경찰의 3차 소환 요구에 응하면서 사직했다. 이에 따라 경호처는 김성훈 경호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박 처장은 경찰 출석 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내부 저지선 구축, 경호 인력 운영과 관련해 점검을 마쳤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박 처장은 경찰 조사 도중 긴급체포 등도 염두에 두고 비상 대비 계획을 수립해 놓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처장은 작년 9월 김용현 전 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옮기면서 경호처장에 기용됐다.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 경호실 차장을 지냈지만 원래는 경찰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을 거쳤다. 경찰대 출신으로 행정고시를 거친 그는 총선에도 두 차례 출마하는 등 온건한 성향이란 평을 들었다. 박 처장을 대신해 경호처를 당분간 이끌 김성훈 차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은 경호처 공무원 출신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경호처 공채 출신이라 대통령 절대 안전 확보에 대한 신념이 강한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다만 김 차장도 11일 오전 10시까지 경찰에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은 상황이다. 김 차장도 박 처장과 마찬가지로 이미 두 차례 경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한 상황이라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법원에서 체포 영장 등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만약 김 차장이 경찰에 출석하면 경호처는 이진하 본부장이 대행 자격으로 지휘한다. 경찰은 이 본부장에 대해서도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낸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찰이 경호처 지휘부를 줄소환하면서 경호처의 내부 동요를 만드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