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계엄 사태가 ‘정치의 시간’으로 점차 접어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면 60일 내에 치러야 하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여야 차기주자들 가운데 대선 출마를 가장 먼저 시사했다. 여당 대표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선과 지방선거 등 이른바 ‘보수 3연승’을 이끌었고, 탈당 후 개혁신당을 창당해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던 총선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 생환한 그의 대선출마 선언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선에 뛰어들어 이기는 것은 지금까지 그가 쌓아올렸던 정치적 승리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지난 1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이 의원은 1시간30분에 달하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당선 후 거국내각을 구성해 ‘강제 협치’라는 신선한 실험을 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만 40세가 되는 이 의원은 생일인 3월 31일 이후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면 출마가 가능하다.

- 조기 대선이 열리면 출마하나. “조력자 역할은 할 만큼 했다. 당원과 국민이 선택한 후보들(박근혜·윤석열 대통령)을 ‘기술적으로’ 당선시켜 왔지만, 더 이상은 스스로에게도 상처다. 윤 대통령을 포함해 지금 우리 정치판의 상당수는 흘러간 시대의 인물들이다. 이제 새로운 세대가 올라서야 한다. 지난 대선도 선악을 가리려는 대결이었을 뿐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비전은 등장한 것이 없다. 다시는 그런 선거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대선에서 내 역할이다.”

- 대선 구도는 어떻게 전망하나. 본인의 당선 가능성은.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치에 대한 방향성이 단 두 가지는 아닐 것이다. 다자 구도가 되는 것이 맞고, 그렇게 될 거라고 보고 있다. 2017년 탄핵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일시적으로 1위로 치고 올라가지 않았나. 이런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그런 현상의 출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탄핵 국면이란 어느 한쪽(국민의힘)이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는 의미다. 그 ‘한쪽’의 견고함이 흩어지게 돼 있다. 동탄(총선 경기 화성을) 출마할 때도 많은 이들이 비관했지만, 나는 한국 정치가 호사가들의 말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거라고 봤다. 그리고 증명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의 비전을 본다. 당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뛰어드는 것이다.”

- 지역구 선거와 대선은 전략이 달라야 할 것 같은데. “국민의힘 대표 시절 대선과 지방선거를 지휘해 이겼다. 동탄서는 3자 구도로 이겼다. 자만하는 건 아니지만 크고 작은 선거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공히 알고 있다. 여당의 총선 참패 같은 것은 지휘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 생긴 일이다. 윤석열, 한동훈 모두 선거 초보였다.”

- 국민의힘 후보로 누가 나와야 본인에게 유리하겠나. “오세훈 시장이 민심에서, 홍준표 시장이 당심에서 두각을 드러내 앞서가겠지만 내가 유불리를 따질 상황은 아니다. 두 분과 개인적으로 워낙 친하기도 하고. (웃음) 두 분 모두 지자체장이라 ‘탄핵 리스크’에서 한발 떨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인 태도가 아주 명쾌하진 않았다. 한계가 있을 수 있다.”

- 개혁신당 소속으로 출마하나. “그렇다.”

- 단일화는 고려하지 않나. “동탄 선거 때 모두가 단일화를 해야 이긴다고 했다. 그 모든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겼다. 나는 좋은 정치지도자가 되고 싶다. 호사가들의 말이 아닌 본질을 꿰뚫고 정치를 해야 ‘잘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 자신감이 중요한 요소다.”

-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처럼 고정표가 없는 이준석의 지지 기반은 무엇인가. “13년 이상 정치하며 큰 줄기에서는 그래도 맞는 판단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면서도, 정치를 젊게 만들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보수의 어두운 면과 단절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했다. 탄핵 국면에서 나에게 기회가 열리는 것도 그래서라고 본다. 내가 대통령이 이상한 인물이라고 경고해왔던 것도 다들 알고 계신다.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국민들이 그것 하나만은 알아주실 것이다.

전술적으로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지난 동탄 선거를 반추하면, 그 지역은 민주당이 65%, 국민의힘이 35% 나오던 곳이다. 나는 최종 42% 득표했다. 민주당 후보는 39%, 국힘 후보는 17% 득표했다. 각각 26%와 18%를 이전받은 셈이다. 이른바 콘크리트란 어쩌면 ‘민주당은 절대 못 찍는다’와 ‘국힘은 절대 못 찍는다’의 집합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이준석과 개혁신당은 다를 것이다.”

- 보수가 자주 손을 잡은 ‘아스팔트 우파’도 적은 표가 아니다. 이들의 표심이 본인에게 오겠는가. “그들 판단에 달린 거다. 다만 그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표가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예전 지역구에서 강경 보수라는 분들과 고깃집에서 만나면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게 되더라. ‘이재명이는 감옥에 넣어야 해, 방송 나가면 꼭 범죄자라고 해.’ 그러면 그 식당에 있는 모두 귀가 쫑긋한다. 이준석이 어떤 대답을 하나 보려고. 그런 이들과 어울리며 정치한다는 얘기가 돌면, 그 자체가 선거 캠페인에 악영향이었다. 이재명에 대한 호오를 떠나 대화의 수준이 너무 낮다. 이전 진보의 종북세력·통진당처럼 ‘진영의 모래주머니’ 역할을 하는 분들이다.”

- 보수정당은 ‘감세’, 민주당은 ‘복지’ 등 수권을 경험한 양당은 집권 후를 예측할 수 있다. 3지대 정부·여당은 한국이 걸어본 적 없는 길이다. 개혁신당은 무엇을 추구하나. “‘좌도 우도 아니고 앞으로’ 간다. 양당이 오히려 지금까지 적대적 공생 관계 속에서 하지 못했던 개혁이 있다. 이를테면 국민연금 개혁 같은 것은 정치성향이 아니라 국가적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 후세대에게 부담을 더 지우는 방식으로 양당이 타협을 한 것 아닌가. 서로 욕먹지 않기 위해 쌓아만 두던 문제를 뚫어내는 정부가 될 것이다.

노인 무임승차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개통한 GTX는 노인 무임 혜택이 아예 없다. 서울 노인들은 혜택을 받고 주변부에 사는 노인들은 혜택을 못 받는다. 무임승차를 없애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해답이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걸 논의할 용기가 없다.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이혼 소송도 왜 가십거리로 소모하나. 1960년대에 만든 민법 체계 탓에 결혼과 이혼 자체가 사회적 비용이 된다는 게 본질이다. 한국에서 출산은 결혼과 비례하는데, 관련 제도를 훨씬 유동적으로 정비해야 저출산도 해결이 된다. 이처럼 논의할 것이 너무나 많다.”

-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신(新)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는데 구체적 의미가 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71년 대선 경선 당시)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던 것도, 당시 대한민국이 박정희식 1960년대가 끝나고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기 민주적 질서로 전환에 실패한 것이 1990년대 외환위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오늘날도 보수가 성장 담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고, 민주당은 경제적으로 ‘1 대 99’ 수준의 낡은 선악 담론에 머무른다. 이제 그런 정치는 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서서 인간이 도태되는 것을 막아야 할 시대다. 교육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한국의 학업성취도가 아시아 3등에도 못 들고, 중학교 수학 기초학력 미달자가 15%에 가깝다. 이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일자리를 가질 수 있나.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공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전반적으로 슬로건의 방법론적 선명성이 옅은 듯하다. “슬로건은 지향점만 나타내는 것이고, 구체성은 공약이나 정책으로 나온다. 세부 슬로건도 있을 것이고. 그런 것은 따로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개혁신당의 의석은 3석에 불과하다. 여당이 되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오히려 개혁신당이 지금 집권한다면 ‘강제적 협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당선 이후 다음 총선까지는 협치가 불가피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단언컨대 거국중립내각을 결성할 것이다. 양당의 동의를 받아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고, 양당이 공히 동의할 만한 총리를 선임할 것이다. 그 자체가 꽤 신선한 실험이 될 것이다. ‘강제된 협치’가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우리 국민들이 보셔야 한다.”

- 국회에 들어와보니 타협의 정치가 가능한 환경이던가. “주류 정치권에서도 각자 도그마나 관성에 따른 구호들이 많다. 이를테면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과의 JTBC 토론 당시, 그들은 장애인의 지하철 이동권 문제가 출근길 시위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수도권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6%에 달한다고 반박했더니, 논의가 ‘중증장애인의 탈시설 문제’로 옮겨가더라. 탈시설 장애인의 활동보조인 고용을 국가에서 지원하라는 것이다. 정말로 요구하고 싶은 게 다르다. 이게 진짜 양두구육이다. 이래놓고 반대하는 이들에게 ‘혐오’ 딱지를 붙인다. 이런 목소리를 주류 정치권에서 추종한다. 그러면서 사회적 논의의 장이 닫혀버린 게 큰 문제다.”

- 그런 토양이라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정부 구성이 되겠냐는 의문이 생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상황 속에서 그 틀이 생길 것이다. 전장연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이 그들의 진짜 의도를 어느 정도 알게 되지 않았나. 지금까지 보수는 시위하면 잡아들인다는 식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나는 그들을 공론장으로 끌어들여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한다. 차별금지법도 보수는 왜 ‘그래서 동성혼을 찬성하느냐’는 식으로만 이야기하나. 논리적 구성에 대해 지적하고 토론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그것에 자신감이 없는 이들이 정치를 했다.”

- ‘갈라치기 정치인’이란 평가도 있다. 국민통합을 하는 리더가 될 수 있나.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이준석이 누군가나 어떤 집단을 혐오한 사례를 들고 와 보라’고. 그런데 안 나온다. 남녀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남성을 우대하거나 여성에게 장애가 되는 정책을 펼친 적이 있나. 그 예가 존재하지 않는다. 되레 여지껏 여성비하적 표현을 해왔던 사람들이 지금 정치를 많이 하고 있지 않나. 옛날에는 통일에 조금만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종북’이라고 하고, 일본과 동반자적 관계를 가져가자고 하면 ‘친일’이라고 했다.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면 전부 혐오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반동을 가리는 수단이다. 깨질 수밖에 없는 허상이다. 개의치 않는다.”

- ‘능력주의자’라는 비판도 있다. “능력주의에 대한 합리적 대안이 나오면 토론하고 싶다. 다만 학력이나 학벌에 대한 능력주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유라나 조민의 관점에서 보는 (특권적) 능력도 물론 아닐 것이다. 개인이 성취한 능력에 대해선 평가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회적 출발선이 다른 이들에 대해선, 국가가 책임 교육을 펼치면 그 선이 많이 좁혀질 것으로 본다.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국가가 책임지며 교육해야 한다. 기숙사 학교의 보편화 같은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당선되면 곧장 시행할 변화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여유가 없다.”

- 2011년에 정치에 입문했다. 그때와 지금 바라보는 정치는 어떻게 다른가. “국비 장학생으로 미국서 공부하던 시절, 오바마의 연설을 보며 사회에 희망을 제시하는 멋진 정치를 꿈꿨다. 주어진 현실은 어려웠다. 그래서 당대표 시절 꽃을 피우려고 노력했다. 젊은 세대가 유세차의 주인공이 됐고, ‘빨갱이’ 소리 안 나오는 선거를 보수 정당이 처음 치러봤다. 윤 대통령 등 시대착오적인 집단이 이를 되돌려놨지만, 우리는 그 시절 이미 다음 세대의 정치를 경험해봤다. 초승달은 약해 보이지만 언젠가 차오른다. 내가 하는 정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 지금 세대 전환을 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질 것이다. 그 절박함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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