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자신의 아들 ‘특혜 휴가’ 의혹을 대부분 부인하며 “나와 아들이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이날 “국방부 민원실에 제가 직접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부모님(추미애 법무장관 내외)께서 휴가 연장 민원을 직접 넣었다’는 취지를 담은 국방부 내부 문건이 공개됐는데도 이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추 장관은 “(문건은) 부모가 전화를 했다는 걸 확인했다는 게 아니고, 맥락상 아들이 (부모님께서 전화하셨을 것이라고) 답변했다는걸 확인했다는 것 같다”며 “저는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럼 추 장관 남편이 전화했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추 장관은 “남편에게 물어볼 형편이 안 된다. 주말 부부라서”라고 답했다. 그러자 회의장에선 고성과 야유가 터졌다. 추 장관은 오히려 “검찰이 수사하지 않음으로써 그 의혹이 커지고 있고 그 피해는 저와 제 아들이 입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해놓고 당사자인 추 장관 아들 서모씨를 지난 13일 소환해 8개월가량 뭉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 아들의 군부대에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에 대해 “전화를 시킨 일이 없다”면서도 “실제 전화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형편이 못 된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추 장관은 ‘보좌관이 아들 부대에 전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내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수사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보좌관에게 묻지 않았다”며 “관계자에게 접촉하는 것 자체가 의심을 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라고 시킨 사실이 없다”고 했다. 추 장관은 ‘보좌관이 청탁 전화를 실제로 했는지 추후 확인을 해보았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자신의 보좌관이 아들 서씨 부대에 ‘휴가 연장’ 전화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고 했었다. 보좌관 통화 자체를 부인했던 추 장관이 이날은 “전화를 걸라고 시킨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추 장관은 이 사건 이후로 해당 보좌관과는 통화조차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이 요구하면 통화 기록을 제시할 수 있느냐”라고 하자, 추 장관은 다소 당황해 하며 ‘하하하’하고 웃었다. 박 의원이 “자신이 없으신 것 같군요”라고 하자, 추 장관은 재차 소리내어 웃으며 즉답을 피했다.

사탕 먹는 추미애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답변한 뒤 자리로 돌아와 사탕을 먹고 있다. /이덕훈 기자

추 장관은 또 아들의 군복무 중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해 “(귀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탈영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제 아들은 탈영이 아니다. 탈영 용어 자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럴 경우 ‘군무 이탈(탈영)’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복귀하지 않고 전화로 휴가를 연장하는 것은 국민들은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이다. 그게 탈영이다”라고 하자, 추 장관은 “국방의 의무를 다한 아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당 대표면 아프지도 못하냐”라고 했다.

추 장관은 아들의 평창 올림픽 통역병 청탁 의혹과 관련해선 “스포츠 경영학을 공부한 아이고 능력을 가진 아이”라며 “오히려 역으로 제 아이인 줄 먼저 알아보고 군 내부에서 원래 정상적인 방식을 바꿔서 제비뽑기로 떨어뜨렸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고 했다. 추 장관은 “아들이 제대로 검사받았으면 적어도 현역은 안 갔을 것”이라며 “저에게 부담이 되기 싫어 무리해서 현역 입대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아들 얘기를 이어가다 울컥한 듯 목이 잠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청래 의원이 ‘아들에게 미안하냐’고 묻자, “공인의 아들이라고 아이가 어릴 때부터 돼 있어서”라며 “아들은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라고 했다.

추 장관은 이날 지난 예결위 회의 당시 ‘소설 쓰시네’라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독백이었는데 스피커가 켜져 있다 보니 그렇게 나가버린 것 같다.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도 추 장관은 답변 태도가 논란이 됐다. 추 장관은 전주혜 의원이 “국민이 보고 있다. 보좌관에게 민원 전화를 지시한 바 없다고 약속하는거냐”라고 하자, "의원님께 약속할 필요 없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