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국내주요 대기업 경영진을 대거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농해수위가 채택한 증인의 62%가 대기업 경영진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실적이 저조한 데 따른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대기업 경영진 증인채택은 국민의힘 정운천·정점식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회가 지나치게 권한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여야(與野)는 21명에 이르는 국정감사 증인을 채택했다. 이 가운데 62%(13명)는 국내주요 기업 경영진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실적이 저조하자, 기업 압박용으로 경영진을 대거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혜택 받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을 돕도록 특별법으로 상생기금 출연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기금출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발성 촉구 차원에서 각 기업들의 사회공헌분야 책임자를 국감증인으로 부른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농해수위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는 정영인 두산중공업 사장,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양진모 현대자동차 부사장, 전명우 LG전자 부사장, 강동수 SK부사장, 유병옥 포스코 부사장, 이강만 한화 부사장, 여은주 GS부사장, 김범준 배달의민족 대표이사, 변광윤 옥션 & G마켓 업무집행자,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부사장, 형태준 이마트 부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농수산물 판매 촉진을 위한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 논의’를 하자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백 대표는 2018년에도 국회 국점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외식업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는 문턱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호텔업 진출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에 대해선 “음식점 하는 놈이 호텔까지 진출한다고 오해를 하시는데, 호텔 안에는 왜 비싼 식당만 있어야 하냐는 불만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항변했었다.
재계는 “국감증인으로 불러내서 반강제적 기금 출연을 강요하는 것은 ‘준조세’나 다름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겉으로는 자발적인 출연이지만 실제로는 ‘손목 비틀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여야 구분없이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법안들만 내놓고 있으면서 출연금 목표 달성까지 국감에 불러 기업에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야당에서마저 이처럼 ‘기업 손보기식’ 증인채택에 나서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이 국감 때마다 대기업 관계자들을 벌 세우듯이 증인으로 신청해오던 것에 대해 그간 비판을 해왔는데 농해수위 소속 우리 당 의원들이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 역시 같은 논리로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야당까지 외면한다면 절체절명의 경영난에 놓인 기업들은 더 설 곳이 없다”면서 “당노선은 기업의 부담을 더 늘이기보다는 덜어주는 쪽으로 가야 하며 그것은 국감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