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내 한 홈쇼핑에서 북한 평양 봉제공장에서 제작한 항공점퍼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유엔의 대북제재 2375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실 제공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북한에서 만든 항공점퍼가 국내에 유통되는 과정에 자금 지원을 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는 북한의 섬유 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정면 위배된다. 북한산(産) 항공점퍼는 2018년 9~12월 한 홈쇼핑에서 방송되면서 17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유통센터는 2017~2019년 사이에 국내 중소기업 A사에 생산 자금 등의 목적으로 17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중소기업의 제품 생산·유통을 위해 ‘선급금’ 형태로 자금을 댄 것이다.

정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은 A사는 2018년 중국 장쑤성 장인(江陰)시에 있는 B업체와 제품 생산 계약을 맺었고, 랴오닝성 단둥(丹東)시 C업체가 재하도급을 받았다. 문제는 재하도급을 받은 C업체가 북한 평양의 봉제공장에 발주를 했다는 데 있다. 이는 북한산 섬유 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 평양 봉제공장에서 만든 항공점퍼 최소 2만7000여 벌은 밀수로 단둥으로 보내졌고, 단둥에서 중국산으로 둔갑해 인천항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발(發) 항공점퍼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A업체는 17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투자 개념으로 자금을 지원했던 중소기업유통센터 또한 수수료 격으로 1400만원가량의 이익을 거뒀다.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냐는 정 의원실 추궁에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해당 홈쇼핑 측은 “항공점퍼가 북한 평양에서 만든 것인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홈쇼핑은 방송 직전 작성한 평가보고서에서 단둥시 C업체에 대해 “북한 작업자가 소요(작업)하고 있는 중소형 공장으로 제품 일부는 북한에서 봉제 작업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북한산 제품인 것을 홈쇼핑 측에서 사전 인지했다는 의미다.

2018년 북한 평양 봉제공장에서 제작된 항공점퍼. 이 제품은 국내 홈쇼핑을 통해 2만7000여점이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드러났다./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실 제공

정 의원실 측은 “봉제 업계 종사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북한에서 의류 생산을 해준다”는 게시물이 수차례 올라오는 등 북한산 제품의 유통은 공공연한 비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북한산 제품의 국내 유통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