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섭 법제처장이 재건축 예정인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 아파트를 매입한 이래 18년간 한 번도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8일 나타났다. 야당은 “십수 년간 실제로 살지도 않을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한 것은 전형적인 묻어두기식 투기”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투기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이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각종 부동산 포함 100억원대 자산을 형성한 배경과 관련해 “아내가 2002년 ‘1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고, (다수의) 상가들은 모두 처가 쪽에서 증여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한 이후로 산(거주한) 적이 있느냐”고 추궁하자 “실거주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뒤집었다. 재차 “그럼 왜 실거주 목적으로 샀다고 했느냐”는 물음에 이 처장은 “앞으로 실거주하겠다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전세만 줬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실거주하지 않았다면서 샀다? 그럼 투기 목적이었네요”라고 하자 이 처장은 “아, 그렇게 보기는…”이라며 말을 흐렸다.
이 처장 일가족은 재건축이 확정된 강남 개포주공아파트를 보유했지만, 별도로 서울 용산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전세임차권(9억원)도 갖고 있다. 이들 두고 낡은 개포 주공아파트는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뒤 실제로는 신축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밖에 이 처장의 배우자·딸은 강남 역삼동 상가, 경기 성남시 상가 재건축 분양권, 인천 부평구 근린생활시설 등 50억원대 부동산 자산을 보유했다. 동시에 예금 45억원과 브라질 국채를 비롯한 유가증권 13억원가량의 유동성 자산도 갖고 있다.
이 처장 일가족의 부동산 보유 내역을 접한 다수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프로의 솜씨”라고 평가했다. 특히 2002년 개포주공아파트 매입을 두고 ‘신의 한수’라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 처장 매입 시기엔 개포주공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이뤄져서 투기가 극심했다”며 “예전에는 개포동이 ‘개도 포기한 동네’였지만 지금은 ‘개도 포르쉐를 타는 동네’가 됐다”고 했다.
이날 이 처장 일가족이 부동산 투자회사인 H사의 비상장주식 3만2000주(지분율 약 20%)를 보유한 사실도 추가적으로 공개됐다. 세부적으로는 이 처장이 1만4000주, 배우자 1만5000주, 딸은 3000주를 각각 소유했다. 법제처 측은 “이 처장은 부동산 투자에 관심도 없는 분”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