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성추행 등으로 더불어민주당 출신 구의원 두 명이 제명됐음에도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13일 나타났다. 지방의회 의원정수 75%이상이 유지될 경우엔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공직선거법 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결과적으로 보궐선거 책임이 있는 민주당에만 유리한 결정”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관악구의회에 따르면 선관위는 전날인 지난 12일 ‘지방의회 의원정수 4분의 1이상이 궐원(闕員)되지 않는다면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민주당 출신 구의원 두 명이 제명된 관악구 ‘가·마’ 선거구에 대한 보궐선거 미실시 결정을 내렸다.
앞서 관악구 가선거구의 이모(34)구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을 성추행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명령을 받았다. 또 관악구 마선거구 서모(44)구의원은 경력확인서를 위조하고 건설기술허위발급을 알선한 혐의로 1년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관악구의회는 지난달 25일 이들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고, 이에 따라 구의회 두 석(席)이 비게 되면서 보궐선거 요건이 충족됐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날 관악구의원을 뽑으면 행정력·선거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의당 소속 이기중 관악구의원은 “임기가 1년6개월 이상이나 남은 선거구를 비워두면 주민 대표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4분의 3정도의 의정 정수로도 (구의회 운영이 가능하다면) 애초부터 왜 뽑았던 것이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며 보다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당헌(黨憲)은 ‘당 소속 선출직이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열리는 재·보궐 선거에는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헌대로라면 민주당은 두 전직 구의원의 성추행·사문서위조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된 상황에서 후보자를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궐선거가 열리지 않는다면, 야당 구의원 후보자들이 추가적으로 구의회에 진입할 통로가 막히는 셈이다. 두 명의 구의원이 제명됐더라도 현재 관악구의회는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20석 가운데 14석)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열리는 보궐선거에서 또 다시 구의원들의 비위가 유권자에게 알려진다면 민주당으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라면서 “주민을 무시한 선관위의 편파 결정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