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은 상징성과 후년 대선(大選)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재집권을 노리는 민주당으로선 반드시 이겨야 할 선거다. 하지만 최근 서울 지역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에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이 때문에 최근 민주당 안에서는 “파격적인 후보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정세균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차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내년 서울시장 보선 후보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이 거론된다. 박 장관과 우 의원은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전 시장과 민주당 경선을 치렀다. 서울에서 5선 의원을 한 추미애 법무장관 도전설도 나온다. 여기에 지난 8월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박주민 의원도 보선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 지역 한 민주당 의원은 “좀 더 후보군을 넓혀 ‘필승 카드’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 많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여권에선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총리나 코로나 방역으로 인기가 높아진 정은경 청장 차출 필요성을 거론하는 인사들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정 총리 측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말했지만,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장과 총리를 모두 역임하고, 서울 종로 의원 출신에 코로나 방역을 지휘하는 정 총리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가 또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보건·방역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진 만큼 정 청장은 파괴력 있는 카드”라고 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일부 인사가 간접적으로 정 청장과 정 총리 측에 출마 의사를 타진했다는 설(說)도 돌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한 여권 인사는 “정 총리나 정 청장 모두 서울시장 보선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지만 연말까지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 총리와 정 청장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서울 민심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1.3%로 국민의힘 30.2%에 오차 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서울 지역을 떼어놓고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27.6%로 국민의힘 32.8%에 5.2%p 뒤졌다. 지난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차기 대선에서 여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44%로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 39%에 앞섰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야당 후보 지지 45%, 여당 후보 37%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