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에도 고성과 야유를 주고받으면서 대립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사전 환담에 참석하려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에게 몸수색을 받은 게 발단이 됐다. 야당이 “전례 없는 사태이자 노골적 모욕”이라고 거세게 항의하면서 본회의장은 문 대통령 입장 전부터 혼란에 빠졌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환담장 앞에서 청와대 경호처 직원에게 몸수색을 받았다. 이 직원은 주 원내대표에게 “소지품 어떤 걸 갖고 계시냐”고 물었고, 주 원내대표가 “휴대전화밖에 안 들고 있다”고 하자 “검색을 해야 한다”며 신체 수색을 시작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가 “과거 대통령의 국회 방문 당시 야당 원내대표를 검색한 적이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직원은 “검색하게 돼 있다”며 수색을 이어갔다. 경호처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몸수색은 하지 않고 신분을 구두로 확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뒤에도 주 원내대표 몸수색에 대한 항의를 이어갔다. 의원들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청와대에 사과를 요청하라”며 고함을 질렀다. 박 의장은 “사실을 확인한 후에 합당한 조치를 할 테니 대통령이 연설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했으나, 야당 항의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여당 의원은 야당 의석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그만 좀 하라!”고 소리쳤다. 박 의장이 “그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말씀 드린다”고 하고 나자 겨우 장내가 진정됐다. 문 대통령은 1분 30초가량 서 있다가 박 의장이 “대통령께서는 시정연설을 해달라”고 하자 비로소 연설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설 도중 여러 차례 공개 항의를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피살된 공무원 사망에 대해 “한반도 평화 필요성 확인 계기가 됐다”고 하자,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죠” “살해를 당한 겁니다”라고 소리쳤다. 문 대통령이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하자, “거짓말하지 마라” “협치를 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시정 연설 전부터 문 대통령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김성원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님은 답하십시오! 특검 수용하라”고 소리쳤다. 항의 표시로 검은 마스크를 쓴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청으로 들어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이게 나라냐’는 피켓을 들고 “라임·옵티머스 특검 수용하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37분간의 연설 동안 총 26차례의 박수를 쳤다. 2번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그린뉴딜’ 투자를 강조할 때 박수 소리가 가장 컸다. 일부 의원은 문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개인 SNS에 실시간으로 올렸다. 여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 퇴장 시에는 본회의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박수 갈채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주 원내대표와 인사를 했다.
청와대는 연설이 끝난 뒤, 주 원내대표 몸수색 논란에 대해 “이전 정부 시절 만들어진 경호 업무 지침 때문”이라며 “원내대표는 검색 면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호처장은 현장 경호 검색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유감을 표했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 대통령의 국회 방문 시 실제 당 지도부급 인사에 대해 몸수색을 한 사례는 없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의도된 검색이고 의도된 도발인가”라며 “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간담회에 가려 해도 ‘문리장성’ ‘재인산성’을 쌓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