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던 국회 본회의장에 권총 등으로 무장한 청와대 경호원들이 다수 배치됐던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청와대경호처가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전례없는 신체수색으로 논란이 발생한 직후, 국회 본회의장에 무장 경호원까지 투입한 것이다. 국회 경호기획관실은 ‘관례’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청와대 경호처가 무뢰배처럼 국회를 휩쓸고 다닌 것”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경호과로부터 권총으로 무장한 청와대 경호처 요원 5~6명 가량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회의장안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청와대 경호처가 제1야당 원내대표 몸수색으로 수치를 안긴 뒤 무장요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직행한 것”이라고 했다.
국회경호기획관실이 김 의원실에 제출한 ‘대통령 시정연설 관련 협의내용’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처는 시정연설이 이전인 지난 22일 이른바 ‘신발투척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 진입로 전반에 대해서 경호·경비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국회 측과 협의했다.
국회경호관실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처 요원들이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있었지만 어떤 종류인지, 몇 정이나 반입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며 “역대 대통령 국회 방문 행사시 총기류는 사전협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김 의원실에 설명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통령경호처장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소속 공무원에게 무기를 휴대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경호처 측도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기 때문에 경호임무를 수행할 때에는 방탄조끼와 무기를 휴대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경호처 요원들은 무장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청와대경호처가 제1야당을 어떻게 보기에 원내대표 신체수색 직후 총기 무장요원들을 본회의장에 대거 진입시키느냐”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사무처가 이 엄청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도 묵인했었는지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유연상 대통령경호처장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의전이 매끄럽게 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이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했을 때 사복 차림의 청와대 경호요원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댄 채 기관단총을 노출해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야당이 “민생 시찰 현장에서 경호관이 기관총을 노출한 것은 과잉 경호"라고 문제제기 했지만, 청와대는 “무기를 지닌 채 경호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 수행”이라고 반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