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5개월 앞두고 ’100% 국민 경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쟁력 있는 인사를 후보로 선출하기 위해서는 당원 위주의 경선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당 밖의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군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고 ‘일반 국민 50% 당원 50%’라는 기존 경선 방식에서 국민 비율을 70~80%로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당 밖의 인사가 있다면 100% 국민 경선을 통해 야권 후보가 될 기회를 보장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훈 경선준비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100% 국민 경선도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필요는 없다”며 “어떤 형태로든 야권에서 경쟁력 있는 단일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경선준비위는 서울·부산시장 후보의 도덕성을 시민이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시민검증위원회’를 만들고, 경선 과정에서 ‘시민평가단’도 꾸리기로 했다. 또 당협위원장들의 입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 당이 존립하기 어렵다”는 당내 위기감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도 서울 지역 49석 중 8석밖에 가져오지 못했다. 당내에선 “장노년층 위주의 당심과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민심 간 괴리가 상당한 만큼 국민 참여 비율을 파격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부 전문가들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전직 시장의 성추문으로 발생한 보궐선거인 만큼 낡고 ‘꼰대’스러운 보수당 이미지를 완전히 버린 후보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경선준비위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최근 ‘양성평등 의식이 있는 후보’를 거듭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경선준비위는 두 가지 안을 유력하게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째는 국민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여 당내 경선을 올해 말 치르고, 야권 유력 주자로 떠오른 인물이 있을 경우 100% 국민 경선을 한 번 더 거치는 방안이다. 이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야권의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모델과 비슷하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선출됐지만, 시민단체 지지를 받던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박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됐다.

둘째는 야권 통합 100% 국민 경선이다. 당 밖에서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 후보를 시작부터 끌어들여 연말부터 ‘반문(反文) 연대’로 경선판 전체의 몸집을 키우자는 취지다. 반(反)민주당 성향의 중도·진보층이 결집하면서 국민의힘과 연대해 단일 후보를 위한 경선을 이어갈 경우, 서울시장 선거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경선준비위원들과 오찬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 얘기를 먼저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최상용 전 주일 대사에게 전화가 와서 안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세우면 어떻겠냐고 하더라”며 “나는 별말 안 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대사는 과거 안 대표의 후원회장이었다.

향후 경선 룰 확정 과정에서 기존 당원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 한 영남 의원은 “당에 헌신한 당원들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며 “하지만 내년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당 해산의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는 만큼 당 내부의 작은 기득권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