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윗줄 맨 왼쪽)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략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당 중진 정치인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윗줄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 비대위원장,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이혜훈 전 의원, 박진, 권영세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서울 지역 전·현직 중진들과의 만찬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사람을 후보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선 룰이 확정되면 각자 역할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김 위원장이) 당내 후보들을 너무 폄하한다”는 취지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그러면 당내 후보들이 분발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권영세·박진 의원, 나경원·김성태·이혜훈·김용태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과의 만찬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선 룰’과 관련 시민들 의사를 더 반영할 수 있도록 룰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행 ‘시민 대 당원’ 비율 ’50대 50′에서 시민 비율을 80%까지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만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기 참석하신 분 중에서 몇 분이 서울시장 후보로 생각하신 분들이 있지만, 이번 주 안으로 경선 룰이 확정되면 각자가 내가 뭘 해야 할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는데 있어서 큰 잡음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 가운데서도 불출마할 사람은 결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내가 누구보다 가장 잘 안다"며 "하지만 여러가지로 부족함이 많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그간 안 대표에 대해 “생각이 있으면 당으로 들어오면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지역 중진 정치인들과 만찬 회동을 위해 종로구 한 음식점으로 들어가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위원장은 이날 “우리 아내도 오늘 국민의힘 당원에 가입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꼭 이기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점심에는 부산 중진 의원들과 식사를 함께한 뒤 “부산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사람이 (부산시장)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현재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당내에서 유력 대선 후보도, 서울시장 후보도 찾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차기 대선과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여당 후보는 물론이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외부 인사들에게도 밀리고 있다. 이날 만찬에서 의원들은 보궐선거 관련해 ‘정당 대 정당’으로 맞붙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 출신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면 “윤 총장이나 안 대표 등 외부 세력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성인 남녀 25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1.9%포인트)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각각 21.5%로 선두였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17.2%로 그 뒤를 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4.9%,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4.7%였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들을 다 합쳐도 윤 총장에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같은 날 엠브레인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주자들은 상위 순위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야권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이 10.7%, 안 대표가 8.9%, 홍 의원이 8.7%로 선호도 1~3위를 차지했다. 제1 야당 소속 후보가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