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내년 서울시장에 ‘범야권 시민 후보’를 내세우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간판을 뗀 시민 후보가 나와야 중도층 표를 잡고, 야권이 서울시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전·현직 의원들과의 만찬에서도 ‘시민 후보’ 얘기가 주요하게 오갔다고 한다. ‘시민 후보’ 제안은 김용태 전 의원이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3일 본지 통화에서 “국민의힘도 n분의 1로 참여하는 단일화 방식으로, 정의당까지 모두 수렴할 수 있는 시민 후보를 추대해야 한다”며 “총선 때도 통합하면 이긴다고 했는데, 깃발을 우리가 들어서 결국 졌지 않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간판만으로는 서울 유권자 표심을 잡는 데 한계가 명확한 만큼 현실을 받아들여 지지층을 넓히자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반문(反文)’이면서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중도층 시민들 표심이 승부처”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갤럽의 10월 4주 차 여론조사 결과, 서울 지역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16%로, 더불어민주당(3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울 지역에선 무당층이 32%에 달했다.

이에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무소속이었던 박원순 ‘시민 후보’와 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단일화 형식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야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고, 시민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거쳐 야권 단일 후보를 추대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에서 최종 후보가 나오더라도 앞서 단일화 과정을 통해 중도층에서 지지 저변을 충분히 넓힐 수 있을 것이란 포석도 깔려 있다. 당 경선준비위원회에선 당내 경선 단계에서부터 당원을 배제한 ’100% 국민 여론조사'만으로 후보를 결정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당 비호감도가 너무 높아서 시민 후보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과 “제1야당 간판으로 후보를 못 내면 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부정적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편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제로'라는 건 지금 정치 지도자들이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생각이 없다”고 하고 있지만, 안 대표 주변에선 출마 가능성에 여지를 남기는 언급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 지도부가 안 대표 측과 계속 소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