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8일 정부가 김해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사실상 확정됐다”며 “가덕도 신공항 반대는 부산·울산·경남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10조원에 이르는 건설 비용을 지원하는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고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가덕도 공항’에 찬성하는 부산 지역과 이에 반발하는 대구·경북의 이견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신공항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도 부산 지역 민심 때문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나온 가덕도 신공항 비판을 몰아세웠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해 신공항안 백지화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監査)를 요구하겠다고 한 데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입장부터 감사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최 수석대변인은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견 차이는) 공항 정책에 대한 제1 야당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우리가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전재수 의원은 “주 원내대표의 감사 요구는 부산·울산·경남의 열망과 국가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미래 발목 잡기로 얄팍한 정치 공학이 되살아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도 “대구·경북 지역은 김해공항에 의존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반발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에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 “부산시장 보선과 신공항을 연결하는 건 수도권 시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성추문 사건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이 신공항 문제를 이용해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으로 가르면서, 부산시장 보선 승리 전략까지 챙겼다”는 말이 나왔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으로 생긴 보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신공항 문제로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찬반 이슈로 덮어버렸던 것과 판박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다주택·고가주택 중과세 찬반으로, 청와대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공약 파기 논란을 청와대·국회의 세종시 이전 문제로 ‘구도 전환’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날 부산 지역 의원들은 박수영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서명 작업에 들어갔다. 이 특별법은 신공항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총리실 산하에 ‘동남권 신공항 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전폭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2030년 부산 월드엑스포 이전 개항을 위해서는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부산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신공항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구·경북이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김해신공항) 재검토 절차가 맞는지부터 검증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거듭 감사원 감사 청구 방침을 밝혔다. 그는 “김해신공항안이 백지화된다면 위치 선정이 새로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대구시당위원장인 곽상도 의원도 전날 TK 의원들과 회동하고 “참담하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윤한홍 경남도당 위원장도 “포퓰리즘 정치”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내년 부산시장 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신공항 딜레마’에 빠졌다”는 말이 나왔다. 이와 관련, 대구·경북의 한 의원은 “여권의 ‘영남권 갈라치기’에 우리가 이용당해선 안 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문재인 정권의 이간질에 농락당하지 않으면서 영남 전체 발전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토건·정치 공사’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가덕도 신공항이 ‘반(反)환경’ 공항이면서 정치 논리에 따른 ‘정치 공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의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민주당을 ‘안드로메다 정당’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