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당 소속 부산 지역 의원들이 독자적으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하 특별법)’ 발의에 나서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당내에서는 “성급히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에 뛰어드는 것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로 열리는 보궐선거 성격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당이 내분에 빠지자 여당은 “그럴 줄 알았다”며 “고맙다”고 했다.

국민의힘 하태경(오른쪽), 박수영 의원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 15인이 공동발의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산 지역 의원들이 특별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지도부와 논의 없이 낸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공항 검증위원장이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한 적 없다고 밝혔다면 그 과정부터 제대로 따져봐야 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던진 선거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한 15명의 부산 지역 의원들에 대한 ‘공개 경고’로 해석됐다.

앞서 부산 지역 의원들은 이날 오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출을 강행했다. 특별법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가덕도신공항 지원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법안은 ‘새로이 가덕도에 건설되는 공항’이라면서 입지(立地)를 특정했다. 신공항 검증위원장조차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나서서 신공항 위치를 가덕도로 명시한 것이다. 대구시당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전문가들의 ‘신의 한 수’로 이미 입지가 결정됐는데 이것을 번복하는 철없는 행동에 우리 당 의원들까지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부산 지역 의원들에게 “내가 대구 지역구 국회의원이어서가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먼저 특별법을 내면) 정부·여당에 실컷 이용만 당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의원들도 “정부의 영남 갈라치기 속셈이 뻔하지 않느냐” “지금은 무모한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비판해야 할 시간” “성추행 보궐선거라는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을 여론조사한 결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5%포인트가량 상승한 37%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차 범위를 벗어난 28%에 그쳤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당론(黨論)을 정하지 못한 지도부의 리더십 실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최다선 정진석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어떻게 막아 세울 것인지 우리 당의 노선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이야말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했다.

신공항을 둘러싼 야당의 자중지란에 대해 민주당은 “고맙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거의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면서 “부산 지역 의원들 고맙기는 한데…좀 살살하시오”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