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선두로 나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일 나오자 야권은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국민의힘에선 윤 총장의 출신 배경을 들어 ‘충청 대망론’이 나왔고, 윤 총장을 의식해 내년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를 당 밖에 꾸리자는 ‘전초기지론'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편에선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반(反)문재인 정서를 대변하는 윤 총장 지지율이 도약할수록 제1 야당의 존재감은 옅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총장은 지지율 24.5%로 오차 범위 내에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22.5%), 3위는 이재명 지사(19.1%)였다. 다른 야권 후보들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 5.6%, 오세훈 전 서울시장 4.5%,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2.7%, 유승민 전 의원 2.4%, 원희룡 제주지사 1.6% 등이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야당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윤 총장의 정치 참여 여부와는 별개로 대여(對與) 공세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야당이 아닌 비(非)여권 성향의 인물로 인식되는 윤 총장이 각광받는 점에 착안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를 당 밖에 설치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현상이 중도·보수를 한데 묶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당 외곽에 ‘빅 텐트’를 펼치자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국민의당, 무소속 후보까지 포함하는 당 외곽 선대위는 향후 대선에서 윤 총장까지 포함하는 전초기지 역할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충청권 의원들은 “정권 심판론과 충청 대망론이 결합한다면 대선 구도가 요동칠 것”이라며 고무된 모습이다. 이들은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난 후에 충청권 의원들이 당내 지지 세력을 형성해서 야권 대선 주자로 띄우자”는 구상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인 윤기중 전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검찰총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는 ‘개인 윤석열’과는 거리를 두면서 자강론을 펼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윤 총장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며 “검찰총장직에 있는 동안 정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직무의 성공적인 수행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 같은 거리 두기는 윤석열 현상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야당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들이 현 정권의 대안으로 야당이 아닌 윤 총장을 지지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윤 총장이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 차기 대선 후보들에게 향하는 빛까지 흡수하면서 고사시키는 양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