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상임위원 사직계를 제출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해 야당 법사위 간사로서 책임지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의원은 공수처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진행되기 이전인 지난 9일 오전 원내행정국에 사임계를 냈다. 같은 날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할 방법이 더는 남아있지 않던 상황이었다. 실제 하루 뒤인 이날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은 재석 287명,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배제한 채 공수처법을 통과시켰지만, 1년여 만에 다시 여당 마음대로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국민의힘이 “권력형 비리를 덮기 위한 악법(惡法)이 백주대낮에 여당에 의해 처리됐다”고 반발했지만 허사였다.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민주당 의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김 의원은 사임계를 제출한 배경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공수처 출범에 반대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변에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 의원 사임계를 이날까지 수리(受理)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김 의원이 법사위 야당간사로서 민주당의 입법폭주를 막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함을 느낀 것 같다”면서도 “괴로움은 알겠지만 사임계를 반려하고 함께 싸우자고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