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을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도권·영남권 의원들과의 관계가 두루 원만한 정 의원이 경선과정에서 발생할 잡음을 최소화 할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충청권 핵심인 정 의원을 발탁한 배경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계진출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복수의 국민의힘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최근 정 의원을 만나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의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 의원(5선,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국민의힘 최다선이다. 그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총장의 정계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로 지난 총선 유세기간에도 “고향친구 윤석열을 지킬 것”이라고 했었다. 최근에는 윤 총장의 정계진출 여부도 대해서도 “윤 총장은 이미 국민이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으로 내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인 윤기중 전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은 정 의원이 내년 ‘미니대선’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뿐만 아니라 나아가 2022년 차기 대선에서 윤 총장의 ‘충청대망론’을 기획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5분 부동산 연설, 12시간 47분 최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기록으로 화제를 모은 윤희숙 의원에게도 공천관리위원 참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윤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었다. 윤 의원이 공천위원을 맡는다면 자연스럽게 서울시장 불출마로 가닥이 잡히게 된다. 앞서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공천관리위원 물망에 올랐지만, 이 교수가 거절했다고 한다.
공천위원장이 사실상 내정되면서 국민의힘은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보궐선거 체제로 돌입할 전망이다. 이날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늦어도 내주에는 공천위가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일부 비대위원은 “서울시장만큼은 우리가 (혁신적인 후보로)전략공천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문제는 당에서 전략공천을 할만한 ‘확실한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도 “전략공천을 할만한 인사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서울시장 차출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인사는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