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때 1급 이상 고위직으로 채용한 외부 인사 9명 가운데 7명이 이해 충돌 대상자였던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당시 변 후보자는 대학 동문과 지인들을 직접 최종 합격자로 골라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 ‘주의’ 요구를 받았다. 외부 인사를 고위직으로 채용하는 ‘개방형 공모제’는 변 후보자가 2014년 SH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시행됐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입수한 ‘SH 인사 의혹’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7년 외부에서 채용한 1급 이상 고위직 9명 가운데 7명이 변 후보자 동문·지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SH 고위직으로 채용된 변 후보자 동문·지인의 상당수는 맨 먼저 지원서를 접수한 ‘1번 지원자’였다. 변 후보자와 같은 연구원에서 일했던 인연이 있는 또 다른 인사는 SH공사 고위직 공모에 ‘나 홀로 지원’해서 채용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사전에 공모라도 한 것처럼 ‘친변(親卞) 낙하산’들이 맨 먼저 지원서를 들이밀었고 결국 채용됐다”고 했다.

당시 변 후보자는 사장 직권으로 2배수 추천된 지원자들 가운데 최종 합격자를 골랐다. 이런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서울시 감사위는 2016년 “사장이 (독단적으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일이 없도록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 조치했다. 이에 따라 SH는 2017년 1월부터 채용시험위원회가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도록 채용 방식을 바꿨다. 하지만 이미 변 후보자 지인들은 대다수가 채용된 상태였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변 후보자 측은 “당시 특혜 채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감사 결론이 났다”고 해명했다.

변창흠 동문·지인들 SH 고위직 외부 공모에 ‘1번 지원’했다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재직할 때 불거진 각종 인사 의혹에 대해 서울시가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감사 과정에서 SH 고위직으로 채용된 외부 인사들이 변 후보자 동문·지인들이었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맨 먼저 지원서를 제출한 ‘1번 지원자’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막말 논란, 일감 몰아주기 등 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①감사보고서에 등장한 ‘1번 지원자’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입수한 22쪽짜리 서울시 감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팀은 최종적으로 채용된 7명의 변 후보자(당시 사장) 동문·지인 상당수가 맨 먼저 지원서를 제출한 ‘1번 지원자’였던 점에 주목해서 보고서에 따로 표기했다.

변창흠 SH 사장 당시 고위직 채용 현황

대표적인 보직이 기획경영본부장였다. 변 후보자의 서울대 환경대학원 동문인 A씨는 이 자리에 가장 먼저 지원서를 냈다고 감사보고서에 적시돼 있었다. 당시 공모 과정에서 SH 노조에서 “사장 측이 미리 내정한 특정 인사가 뽑히게끔 임원추천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반발이 나왔지만 A씨는 채용됐다. 변 후보자가 근무했던 연구소의 전임소장, 또 다른 환경대학원 동문들도 각각 SH 개방형 공모에 맨 먼저 지원서를 낸 뒤 최종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 후보자가 사장으로 재직할 때 SH 내부 연구원장 지원자가 단 한 명뿐인 이변(異變)도 연출됐다. 서울시 감사 결과, ‘나 홀로 지원’한 B씨는 과거 변 후보자와 한 연구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측은 “변 후보자와 사전 교감이 없었다면 이런 식의 채용이 이뤄질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면서 공모(共謀) 의혹을 제기했다. 2017년 국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변 후보자는 “제가 와서 (외부 채용을) 많이 했다”면서도 “그 분야 전문가를 모신 것”이라고 했다.

② 특혜 의혹 추정되지만 결론은 모른다?

서울시는 변 후보자가 SH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공사 안팎에서 낙하산 채용 의혹이 불거져 나오자 감사에 착수했다. 2018년 3월에 나온 감사 보고서에서 서울시 감사위는 “사장이 직접 합격자를 결정하던 시기에 (외부 인사들이) 뽑혀서 특혜 의혹 여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채용 관련 서류, 관련자 진술을 확인한 결과 특혜로 볼 정황은 없었다”고 했다. 당사자들이 부인하기 때문에 특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결론이다. 실제 감사 과정에서 변 후보자는 “채용 과정이 매우 공정했다”고 해명했다. 외부 심사위원들도 “이상하다고 느낀 점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 후보자 재직 당시에 작성된 인사 ‘블랙리스트’ 문건 논란에 대해서도 서울시 감사위는 “문건이 실제로 존재하지만 누가, 무슨 의도로 만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비리 혐의자가 부인하면 무죄가 된다는 식의 결론”이라고 했다.

③ SH 법인카드 年 4581만원 과다 사용

오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은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에 따르면 변 후보자가 SH 사장 재직 당시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 금액은 연평균 4581만원(월평균 382만원)이었다. 이는 전임자의 2배(연평균 2070만원)가 넘는 수준이다.

변 후보자 장녀가 중학생 때 봉사활동을 했던 기관들이 변 후보자 내외와 관련된 곳이라는 의혹도 이날 제기됐다. 본지가 입수한 학업 계획서에 따르면 변 후보자 딸(28)은 중학생 때 환경정의시민연대·청소년폭력예방재단, 방배유스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고 기재했다. 변 후보자 내외는 이 기관들에 직접 몸 담았거나 책임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 딸이 미국 예일대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허위 인턴 경력을 제출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 진학설명회에서 “고교 시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잉카문명 전시회 인턴으로 일했다”는 변 후보자 딸의 얘기와는 달리 당시 응시 자격은 ‘학사 학위 이상 취득한 자’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변 후보자 측은 “딸이 당시 (인턴이 아니라) ‘단기 봉사활동’을 했던 것”이라면서도 “미국에서는 이를 포괄적으로 인턴이라는 용어로 부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