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112신고 녹취록'의 국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녹취록을 비공개하는 이유는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을 내사 종결한 서울 서초경찰서장은 현재 직무유기 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야당은 “같은 범죄라도 권력자가 저지르면 사생활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직후 이뤄진 112신고 녹취록 제출 요구에 대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제공할 수 없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경찰청 측은 “(가해자가) 법무차관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상황”이라면서 “녹취록이 제출된다면 그분 입장에서는 ‘어? 내 사생활이 나가네’ 이렇게 문제 제기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자 입장에서도 ‘이게 왜 나갔느냐’고 할 수 있다”면서도 “112녹취록 제출에 동의하는지는 (피해 택시기사에게) 따로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이 문건으로 정리한 사건개요를 보면 지난달 6일 밤 11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피혐의자(이용구 법무차관)는 주거지인 아파트 단지 앞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아채는 등 폭행했다. 택시기사는 이 직후인 밤 11시 37분에 112에 폭행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112신고 녹취록은 택시기사가 폭행을 당한 직후 이뤄진 ‘최초 진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 법조계 견해다.
실제 택시기사는 처음엔 “이 차관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운행 도중 택시 뒷문을 열었고, 제지하자 욕설했다” “(목적지에)도착할 즈음 이 차관이 목 부위를 잡았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이 차관이 욕설은 했지만 술 취한 사람이 하는 혼잣말 같았다” 등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
김도읍 의원은 “권력자가 서민을 잡아채고 때려도 ‘사생활 침해’라며 덮어주는 것이 문재인 정권이 말하는 검찰 개혁이냐”면서 “경찰과 이 차관을 제외한 모든 국민은 택시기사 사건의 112신고 녹취록이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경찰·해경은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 ‘SJM노조 용역 폭력 사건’ 등의 112신고 녹취록은 국회에 제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