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야당 동의 없이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26번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변창흠 국토장관 후보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를 재가했다”면서 “두 장관은 내일(12월 29일)자로 임기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앞선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반발에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야당이 “최소한의 품성조차 결여된 사람까지 장관으로 임명할 거면 청문회는 뭐 하러 했느냐”고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날 임명을 강행하면서 변 후보자는 26번째로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장관이 됐다. 이번 정부에서 야당 반발에도 채택 강행한 사례는 앞선 노무현(3명)·이명박(17명)·박근혜(10명) 정부에서 채택 강행한 사례를 모두 합한 것(30차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런 것을 의회 독재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독재라 하나”라고 말했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변 후보자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능력이 없다”면서 “청문회에서 국토·교통 분야의 전문성은 차치하고 도덕성과 품격에 많은 흠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인사 블랙리스트 작성, 부정채용 등의 혐의로 변 후보자를 법적 조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의당도 앞서 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변 후보자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자를 가리켜 “걔가 조금만 신경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했던 과거 발언이 드러났다.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듯한 내용으로, 여당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자 변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기 전날, 카메라를 대동하고 산업 재해 피해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장에 들이닥쳐 ‘기습 사과'했다. 문제의 발언이 있은 지 약 5년 만이었다. 농성장에 있던 정의당 관계자들은 “유족들이 단식 중이라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카메라를 들이밀며 급습했다” “변 후보자가 ‘그땐 내가 교통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장에 예고 없이 들이닥쳤던 당일 변 후보자는 사고가 났던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도 찾아서 묵념하듯이 고개 숙였다. 그런데 이 광경을 국토교통부가 사진으로 찍어서 언론에 뿌렸다. 청문회 전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변창흠식 ‘사과'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식의 천박함에 비춰 장관으로 임명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변 후보자의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자녀 특혜인턴, 동문들 낙하산 임명,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졌다. 그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시절 간부회의에서 셰어하우스(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해 “못 사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밥 사먹느냐”고 했던 것도 여론의 반발을 샀다. 청문회장에서 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여성들은 화장(化粧)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 식사가 조심스럽다는 의미”라고 해명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