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석 달여 앞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회동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회동을 기점으로 안 대표 측에 ‘선(先)통합, 후(後)단일화'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안 대표 측은 세부적인 단일화 방식에 대한 확답은 피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모든 가능성을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국민의당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모처에서 배석자 없이 20여분간 만났다. 안 대표가 먼저 “새해 인사만 드리고 싶다”고 제안한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 경선에 들어올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가 원하는 ‘제3지대 통합 경선’은 없을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선을 그은 셈이다. 안 대표는 그간 국민의힘 내부 경선보다는 당 밖의 ‘빅텐트’에서 야권 통합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는 이견(異見)을 표출하지 않고 주로 경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과 안철수의 합당·입당 관련 발언

두 사람이 회동한 직후 국민의힘은 일제히 안 대표의 입당(入黨)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양당의 통합이 후보 단일화에 우선하여야 한다”고 썼다. 그는 전날 안 대표의 핵심 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과도 만나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서 함께 경선을 치러야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는 100% 시민 여론조사로 선출하기로 경선 안(案)까지 바꾼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날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합당하지 않는다면 출마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진정한 야권 단일화를 원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라고 안 대표를 압박한 ‘조건부 출마 선언’이다. 그러면서 오 전 시장은 “안 대표가 결단해주시면 저는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17일까지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 측에선 “입당·합당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강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뚜렷한 후보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가 ‘조기 과열’되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이 제시한 시한인 오는 17일까지 단일화 방식을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안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서울 시민들과 야권 지지자들의 공감대”라고 했다. 이어 “단일화 방법에 대한 논의는 우선이 아니다”라고 했다. 제3지대에서 야권 통합 경선을 하거나,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 경선하는 방안까지 모두 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결단을 내리기는 이르다는 취지다.

실제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입당해서 안 대표가 다수의 국민의힘 후보를 제압해야 한다’ ‘당 밖에서 몸집을 키운 뒤 국민의힘 후보와 막판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같은 각오도 갖고 있다”면서 “다만 호랑이 굴로 들어가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대선 컨설팅을 맡았던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의 비대면 특강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강연에서 박 대표는 “경선을 두 단계 이상 나눠서 단일화가 성공한 전례가 없다”면서 “안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 모두가 참여하는 ‘원샷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선 “지도부가 박 대표를 부른 건 사실상 ‘안철수의 생각’을 들어보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