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방송 보도를 근거로 경주 월성원전 부지에서 방사성 물질 검출·누출이 확인됐다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감사원의 원전 감사와 검찰 수사가 모두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주장의 근거가 된 보도에 대해 원전 전문가들은 10일 “전형적인 과장·왜곡 보도”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원전 수사가 재개되자 관심을 방사성 물질 누출로 돌리기 위해 여당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주장의 근거는 지난 7일 경북 지역에 방송된 MBC 보도다. 당시 MBC는 “한국수력원자력 자체 조사 결과, 2019년 4월 월성원전 부지 내 10여곳의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며 “많게는 71만3000베크렐, 관리 기준의 18배에 이르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인용해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방사능 외에 실제 훨씬 더 많은 방사능이 통제를 벗어나 지금 방출되고 있다”며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원전 바깥까지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에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월성 1호기 주변 지역 주민들의 몸속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끊임없이 검출되고 있는데도 국민의힘은 월성원전 폐쇄 결정을 정쟁화하며 노후화된 원전 가동을 연장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방사능 누출로 인한 국민 안전은 뒤로하고 경제성 타령만 해왔고, 검찰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이 입증됐다면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이 드러난 감사원 감사, 청와대 등 정권 윗선으로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를 동시에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방송 보도와 관련해 원전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사실관계를 왜곡·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MBC가 언급한 삼중수소 기준치(4만 베크렐/L)는 ‘원전 내 측정 기준’이 아닌 ‘배출 허용 기준’인데, 원전 내부의 특정 지점 측정치를 여기에 적용해 ‘배출 기준치의 18배’라고 했다는 것이다. 측정 지점도 지하수 배수로 맨홀에 고인 물로, 외부 누출 근거는 없었다. 한수원은 “기준치를 넘는 삼중수소가 나온 배수로는 방사성 물질의 배출 경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내부에 고인 물에 외부 배출 기준을 비교해 초과라고 한 것은 기준을 잘못 적용한 것으로, 당시 인근 지역 검출 농도가 평소 수준이었기 때문에 누출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과장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6개 또는 멸치 1g 섭취, 흉부 X레이 1회 촬영의 100분의 1 정도와 동일한 수준”이라며 “삼중수소는 일상에서도 검출되는데, 당연한 것을 이상한 음모로 몰아가면서 주민 불안을 부채질해선 안 된다”고 했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커피 가루 속 방사능을 삼중수소로 환산하면 1㎏당 30만 베크렐”이라며 “월성원전에서 삼중수소가 누출돼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법석을 떠는 그룹들이 있는데, 커피 가루 속 방사능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삼중수소를 문제 삼는 이들은 초콜릿도 먹으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수원도 9일 “71만3000베크렐이 검출됐다는 내용은 주변 지역이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라며 “발견 즉시 회수해 처리했으며,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이후 다시 측정한 이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는 배출 기준치 이내인 약 1만 베크렐/L 정도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