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밝힌 후보군은 10명으로 늘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우상호 의원 1명만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후보 숫자만 보면 여당이 압승했던 지난 지방선거나 작년 총선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치권에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앞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상호·나경원·오세훈·안철수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이 17일 일제히 선거 행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 의원은 이날‘공기질 개선 정책’을 발표한 뒤 서울 여의도 국회수소충전소를 방문했다.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은 국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발표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종로구 사직2구역 재개발지역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연합뉴스·뉴시스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빈사(瀕死) 상태에 빠진 서울시를 되살리겠다”면서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서 2022년 정권 교체의 소명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10년 전 무상급식 주민 투표 무산에 서울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데 대해선 “시민 여러분과 당에 큰 빚을 진 사람이 나서는 게 맞는지 개인적 고뇌도 컸다”면서도 “절치부심했던 지난 10년은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이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밝힌 이는 10명으로 늘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까지 포함하면 야권 후보는 12명에 이른다. 이들은 연일 메시지 발표와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사실상 선거 캠페인에 들어갔다. 반면 민주당에선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 의원만 혼자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출마설이 돌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말이 없는 상황이다.

여야 간 이런 분위기 차이는 이번 보궐선거 전망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데다, 부동산 실정, 코로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여권에 불리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자가 52%에 달했다.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이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했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현시점에서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선거 석 달을 앞둔 시점에서 경쟁자들이 입장 정리를 늦추자 우상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저 혼자 야당과 1대10으로 싸우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의 출마 여부와 관련한 기사가 보름 이상 이어진 것은 썩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박 장관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이르면 이번 주 있을 개각 이후 출마 여부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여권 핵심부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영입을 추진했지만 이번 보궐선거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에 대해선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이 장점으로 꼽혔지만, 민주당 지도부에선 김 전 부총리보다 박 장관이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경선 후보의 수만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판세를 가늠하는 것은 오류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당내 경선이 본격화하고 야권이 단일화 문제로 분열할 경우 현재 불리한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은 우 의원과 박 장관 간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장관이 출마를 공식화하면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분위기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