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9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본인이 사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신년 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데 대해 이같이 반응한 것이다. 청와대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결과적으로 국민 여론을 슬쩍 떠보고 서둘러 바람을 빼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도 시간이 지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며 “전직 대통령이 되면 본인들이 사면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야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분의 정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말 외에는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정치 보복을 예고한 망국적 망언”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국격이야 어찌 됐든 정권을 잡으면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불행한 역사가 재현될 것을 전제로 한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치인으로서 최소한 자질마저 의심케 한다”고 했다.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제1 야당 원내대표로서 금도를 넘어섰다”고 했고, 우상호 의원도 “정치 지도자가 담아서는 안 되는 막말의 극치”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 역시 “이런 망발에 결집할 지지층은 태극기 부대 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 원내대표는 만년 야당을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주 원내대표는 “저는 세상의 이치를 얘기했다”면서 “양지에 있을 때 음지를 생각해야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는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는 차원에서의 사면 요구 움직임은 국민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