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보편·선별 논쟁을 벌여온 여권(與圈)이 두 방식을 병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작년의 1차 재난지원금 때처럼 4차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고, 동시에 정부의 영업 금지·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영업 손실 보상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선별·보편 패키지’ 방식이다. 정부·여당은 이런 방안에 대해 “논의 시작 단계고 전(全) 국민 지급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코로나 지원 명목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현금 뿌리기’가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4일 “4차 재난지원금은 경기 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급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 확산이 잦아들 경우, 설(2월 12일)을 전후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과는 별개로 코로나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으로 영업 손실 금액의 최대 70%를 보상하는 ‘손실보상법’도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손실보상법이 제정돼도 손실액을 산정하는 데 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돼 4차 재난지원금이 먼저 지급되고 이후 손실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며 보편 지급을 주장해왔고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선별 지급에 무게를 둬 왔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원금 지급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자,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 지사가 홍 부총리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선별·보편 지급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결국 두 방식을 모두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작년 5월 1차 재난지원금 때 들어간 재원은 14조2000억원가량이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최근 발의한 손실보상법에 따르면 매월 27조4000억여원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는 “코로나 영업금지·제한 조치가 발효된 4~5개월 기간을 감안하면 100조원 넘는 돈을 풀 수도 있다는 것인데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與 빅3, 지원금 신경전… 속내는 “내가 주도”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 피해 지원책으로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 손실 보상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피해 지원 대상을 둘러싼 보편·선별 지원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권(與圈)에선 그동안 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줄 것이냐, 피해 계층에게 집중 지원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보편·선별 동시 지원론’이 힘을 얻는 것이다. 그 배경을 두고 코로나 피해 지원을 둘러싼 여권 차기 대선 주자들의 주도권 경쟁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에선 최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립했다. 이 지사는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해왔고, 이 대표와 정 총리는 일단 ‘선별 지원’에 무게를 뒀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영업 손실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여권의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KBS에 출연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지금은 좀 빠른 것 같다”면서도 “언젠가는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는 전제로 2~3월쯤 논의 여지가 생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 지사는 최근 중앙정부 재난지원금과는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영업 금지·제한 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 등의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내용의 손실보상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두고 볼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여권 계획대로라면 올 상반기 중 보편·선별 지원이 함께 이뤄질 수 있다.
여권 주요 대선 주자들도 코로나 피해 지원에 대대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낙연·이재명·정세균 등 세 사람은 그동안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각론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이 대표와 정 총리는 ‘이 지사의 전 국민 지급 주장은 시기상조’란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 확산 진정 시’ 전 국민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손실보상제 추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보편·선별 동시 지원 방안이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여권의 분위기 변화엔 코로나 피해 지원을 둘러싼 차기 주자들의 주도권 경쟁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 총리는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이 지사에게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나자”고 했다. 이 대표도 이 지사를 겨냥해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재정건전성 문제를 두고는 ‘이낙연 대(對) 정세균·이재명’ 대립 구도도 형성됐다. 정 총리는 최근 손실보상제에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기획재정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했다. 이 지사도 지난 23일 “집단자살사회에서 대책 없는 재정건전성”이라며 “적게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정 총리와 이 지사를 동시에 겨냥해 “기재부 곳간지기(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여권에서 재원 마련이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민이나 언급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5월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때 들어간 재원은 14조2000억원가량이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최근 발의한 손실보상법에 따르면 최대 월 24조7000억여원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선 “4~5개월만 돼도 100조원 넘는 돈을 풀 수 있다는 말인데 나랏빚을 얼마나 늘리겠다는 것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