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양성 평등을 강조하는 진보 진영에서 성 비위 사건이 잊을 만 하면 터져나와 각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정의당은 25일 김종철 당 대표가 지난 15일 저녁 식사 후 같은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상대로 성추행 행위를 했다며 그의 직위를 해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더불어민주당의 유명 정치인들에 이어 시민단체와 제도권에서 진보를 대표하는 정의당 대표까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크다.
김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성희롱, 성폭력을 추방하겠다고 다짐하는 정당 대표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저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정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했다.
진보 진영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형 성 비위 사건이 터져 나왔다.
시작은 대선 이듬해인 2018년 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자리에서 물러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이 일로 안 전 지사는 ‘권력형 성범죄자’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민주당 역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를 잃었다.
안 전 지사는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총선 전 발생한 사건이지만 총선 이후 공개됐다.
현재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과 12월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의 기각으로 구속은 면했다.
오 전 시장 사건이 알려진 지 불과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에는 시민사회 운동의 대표 주자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사건을 둘러싸고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진행된 장례 형태와 조문 여부, 여권에서 고소인에 대해 사용한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 등을 둘러싸고 2차 가해 등 극심한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여성 운동가 출신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추행 피해자를 도우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의 피소 사실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은 지난 14일 다른 사건의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를 보았음을 인정하는 판단도 내놓았다.
이 밖에도 정봉주 전 의원 등이 2018년 성추행 의혹에 휘말려 재판을 받고 있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영입인재 2호이던 원종건 씨가 옛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로 당을 떠났다.
여야서 성비위 문제가 잇따를 때마다 정의당은 동성애까지 포용하는 젠더 의식을 앞세워 기성정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런 정의당도 성 비위를 피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으로 진보 진영 전체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