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거일 180일 전까지 선출하도록 한 당헌(黨憲)을 개정하거나 차기 대선에선 예외를 적용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당헌 88조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은 대선 전(前) 180일까지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선 180일 전’에 얽매이지 말고 후보 결정 시기를 더 늦추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쪽에선 야당보다 너무 일찍 후보를 선출해 야당의 공격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지지율 조사에서 1위로 치고 나가면서 복잡해진 민주당 내 진영 간 역학 구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지난해 10월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는 대선이 열리는 내년 3월 9일로부터 180일 전인 오는 9월 초까지는 확정돼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럴 경우 우리 당 후보가 야당 공세에 6개월 이상 시달리게 돼 득 될 것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내 규정이 ‘대선 120일 전 후보 확정’인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야권 후보가 누가 될지 지켜보면서 후보를 뽑아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 이면에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지난 6~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 28.6%를 기록해 민주당 이낙연 대표(13.7%)를 2배 이상 앞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 흐름이라면 경선을 일찍 할수록 이 지사에게 유리하다”며 “다른 경쟁 주자들로선 경선을 늦춰 이 지사를 따라잡을 시간을 더 얻고 싶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대선 경쟁은 이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이 지사를 ‘협공’하는 구도로 흐르고 있다. 임 전 실장은 14일에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 도입 주장에 대해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친문(親文) 진영의 잠재적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대법원 선고를 앞둔 점도 변수로 꼽힌다.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 지사는 재판 일정상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9월에 끝나는 대선 경선 참여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친문 핵심 관계자는 “현 당헌대로라면 7월부터 경선전이 시작될 텐데 도중에 김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경선을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당내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선 경선 일정과 관련해 이 지사 측은 “당 지도부 결정을 따를 것”이라면서도 “원칙이 그때그때 달리 적용되면 당내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면 경선 시점을 둘러싼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