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란(大亂)’이 벌어진 지난해 외국인 부동산 거래량은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특히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거래량은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3%로 집계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의 빈틈을 노린 ‘차이나 머니’가 대거 K부동산 쇼핑에 몰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부동산 거래량은 2만6836건(약 11조240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 현황은 2016년 2만1452건, 2017년 2만4411건, 2018년 2만6422건, 2019년 2만3933건으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한 풀 꺾이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던 지난해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이끈 것은 ‘차이나 머니’였다. 중국인들은 지난해 전체 외국인 거래량의 51.3%(1만3788건)를 싹쓸이했다. 미국(7043건)을 비롯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거래량을 다 합해도 중국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중국인의 부동산 거래는 지난 정부인 2016년에는 7694건이었지만, 지난해 1만3788건으로 4년 만에 79.2% 폭증세를 보였다.
수도권 부동산 거래도 중국인들이 1만79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서울에서도 서남권인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강서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반대로 미국인들은 수도권 부동산 거래량(4957건) 가운데 39.3%가량이 서울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인들은 강남구, 용산구, 서초구, 송파구와 같은 강남권 투자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자유로운 외국인의 투기 목적 부동산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외국인이 자국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국내 아파트를 살 경우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내국인과 달리 가족 파악이 어려워 다주택 규제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30대 중국인은 유학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한 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아파트 8채를 사들여 고액의 월세를 받아왔지만 자금 출처가 불분명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기가 집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정부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자국민 역차별 매국(賣國) 부동산 정책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반발 여론이 비등하자, 국회에선 외국인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호주의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이 법안은 결국 폐기됐다.
김성원 의원은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국민의 손발이 묶인 틈을 타서 중국인들이 K부동산 ‘줍줍(줍고 또 줍는다)’에 나선 셈”이라며 “우리 국민이 우리 땅에서 중국인 집주인에게 월세 내고 사는 끔찍한 중국몽(中國夢)만은 사양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