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의향 물어보니

보건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불붙은 코로나 백신 안전성 논란의 불똥이 청와대에까지 튀었다. 정부가 도입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둘러싸고 여야(與野)가 “대통령이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먼저 맞아라”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냐”며 공방을 벌이자 청와대가 “대통령 1호 접종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AZ 백신 접종 1호가 돼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와 관련 “국민적 불신이 생기면 언제라도 가장 먼저 맞을 상황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이 90%를 넘어선다. 당국 방침이 수정되지 않거나 불신이 생기지 않는 한,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생기면 대통령이 먼저 접종할 수 있지만, 현재 여론을 봐선 사실상 ‘대통령 1호 접종’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청와대가 인용한 ’90% 이상'이라는 수치는 최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1차 접종 대상인 요양병원·시설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다. 이 관계자는 “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65세 이상을 제외한다는 질병관리청 지침은 현재 유효한 상태”라고도 했다.

청와대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AZ 백신 관련 국민 불신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최근 유럽에서 ‘효과 검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AZ 접종을 제한하는 나라가 늘자, 당초 계획을 일부 수정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AZ 대통령 1번 접종으로 청와대발, 민주당 발 가짜 뉴스로 누적된 국민의 불신을 덜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딩 얼라보다 못한 헛소리다.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에 네티즌 사이에선 “그럼 국민은 실험 대상이 돼도 된다는 말이냐”는 반발이 나왔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국민은 대통령의 기미상궁(임금 음식을 사전 검식하는 이)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략실장도 “정청래 의원은 아첨의 끝을 어디까지 보이려는 것이냐”며 “백신이 안전하다면서 문 대통령의 1호 접종 주장에 발끈하는 건 AZ 백신의 위험성을 자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고 했다.

공방이 뜨거워지자 당 대표들과 보궐 선거 주자들도 뛰어들었다. 의사 출신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주요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이날 AZ 백신 우선 접종 의사를 밝혔다. 안 대표는 당 회의에서 “1차 접종 대상자는 아니지만, 백신에 대한 불신, 불안감 해소를 위해 먼저 모범을 보이겠다”면서 “정부가 허락한다면 먼저 백신을 맞을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가 원한다면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언주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는 “여성 정치인으로선 이언주가 1호로 맞겠다”면서 “백신 확보 실패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과 민주당이 먼저 맞겠다고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는데 다 숨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백신 불신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백신은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효과성이 확인되고 허가를 받은 것”이라며 “백신을 맞는 모든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그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