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대여(對與)공세 과정에서 상습적으로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신장애인 단체가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의 ‘집단적 조현병’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이 같은 비하표현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리강령에는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윤희숙 의원/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을 과거 정부에서부터 이어진 ‘적폐’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해먹은 건 자기들이면서 국민들을 손가락질하는 대통령의 정신 세계를 어쩌면 좋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쯤 되면 ‘우린 촛불 너넨 적폐’ 망상으로 현실파악이 안된 병증(病症)이 심각한 것”이라고 했다. LH사태의 관리책임이 있는 문 대통령이 돌연 ‘부동산 적폐’라면서 ‘국민 탓’ 하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내로남불을 지적하는 윤 의원 글에는 ‘소시오패스’ ‘정신 나간 분’ ‘실성했다’는 댓글이 붙었다.

지난달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정부의 대북 원전(原電)지원 의혹과 관련해서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는 표현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이 이를 장애인 혐오발언으로 규정하고 인권위에 진정을 낸 것이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및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이 지난달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조현병 혐오 발언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뒤 접수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신장애인단체는 지난 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가 의심된다'라는 혐오 표현의 대상으로 정신장애인을 사용한 발언을 지적하며 인권위에 대책 마련 권고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이들 단체는 “정치권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비난할 때 정신장애, 조현병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8년 12월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장애인들이 많다”는 발언을 대표적인 정신장애인 비하 사례로 거론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지난 8일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체장애인은 ‘병X’이라는 말을 듣고 청각장애인은 ‘X어리’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인 이종성 의원은 “조현병 발언이 정신장애인들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줬다”면서 “앞으로 우리 당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구체적인 방지책으로 당 차원에서 가이드북을 제작해 당 전반에 배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2019년 7월 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가 강창일 전 의원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을 비판하자 손가락으로 'X' 표시를 하고 있다. /조선DB

하지만 이후인 지난 1일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돌연 일본에 러브콜을 보내는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이를 두고 윤희숙 의원도 “다른 것도 아니고 외교문제에서, 우리 정부를 정신분열적이라 진단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참담함”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집권세력 비판발언에 장애인 비하표현을 동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당에서도 나온다.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겠다는 당 기조와 역행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애인 비하표현을 굳이 쓰지 않아도 집권여당의 잘못을 지적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것 아니냐”면서 “반복되는 지적에도 계속해서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불필요한 장애인 비하표현을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