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합의문의 국회 비준 동의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16일 나왔다. 앞서 양국 정부는 지난 10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작년보다 13.9% 오른 1조1833억원으로 하고, 향후 4년간 매년 우리 국방 예산 증가율과 연동해 인상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1년 넘게 미국과 협상을 벌인 끝에 도출한 결과이지만 우리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전국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이 11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에 한국인 노동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에 감사하는 플래카드를 외교부 인근 도로에 내걸었다. /연합뉴스

친문(親文) 핵심으로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합의문과 관련, “정말 통과시키기 싫다”며 “국회는 고무도장이 아니다. 통과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이런 식으로 한·미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 국무부·국방부 장관이 오는데 지금 우리 국회 분위기를 전해 달라”고 했다. 한·미 정부는 18일 양국 외교·국방 장관 간 ‘2+2 회의’ 직후 SMA 합의문에 가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날 “비통하다. 이런 식이면 2030년, 2040년이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된다”면서 “국회에서 한 번쯤은 이런 과도한 협상 결과나 미국의 요구를 과감하게 거부해서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한미 동맹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도 “지난 30년간 방위비 인상률 평균인 8%로 30년이 더 지나면 10조가 된다, 그다음에 다시 30년이 지나면 100조가 넘는다”고 했다. 특히 “지난 15년간을 보면 일본은 2조원 언저리에서 계속 움직이지만, 우리는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다시 협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설훈 의원은 “그냥 하자는 대로 다 하면 이게 무슨 국가냐”고 했다.

서욱 장관은 “상대가 있는 협상이었고 내면적인 한·미 동맹 정신을 발휘해야 하는 그런 부분도 있다”며 “아쉬움도 있지만, 원칙을 준수하고 과거 트럼프 시대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