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실무협상이 후보등록일 첫날인 18일 또 다시 결렬됐다. 이에 따라 당초 두 후보가 약속한 ‘후보 등록일(19일) 이전 단일화’는 불가능해졌다. 양측은 ‘기호 2번 오세훈’ ‘기호 4번 안철수’로 일단 후보 등록을 한 뒤 본격적인 선거유세가 시작되는 오는 25일 이전까지 단일화 연장전에 돌입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후보자가 내일(19일)까지 단일 후보를 등록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며 “앞으로 단일화 협상에 대한 의지는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양측 협상단은 후보 등록 마감 시한(19일 오후 6시)까지 단일화하려면 늦어도 이날 오전까지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이날 협상에서도 여론조사의 유·무선 혼합 비율, 어떤 문항을 넣을 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후보등록 마감시한 이전의 단일화는 일단 무산된 것이다.
양측은 각자 후보등록부터 한 상태에서 본격적인 선거유세가 시작되는 오는 25일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물리적으로 당장 여론조사는 어렵겠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당의 끈, 단일화 끈을 놓치지 않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여론조사 방식·문항에 대해서 이날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①'최소 10%가량 유선전화(집전화)비율로 후보 경쟁력을 묻자'는 것은 오 후보 측 제안이었다. 유선전화(집 전화)에선 보수 성향이 있는 노년층이, 무선전화(휴대전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도·진보적 성향인 청·장년층이 더 많이 응답한다는 것이 여론조사 업계의 통설이다. 유선전화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수층 지지층이 두터운 오 후보가 유리해지는 셈이다.
반면 안 대표 쪽에선 가상 양자대결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박영선 대 오세훈, 박영선 대 안철수 중 누가 더 승리 가능성이 높은가’라고 묻자는 것이다. ②가상 양자대결 문항이 삽입되면 유선비율 10%도 가능하다는 것이 안 대표 측 입장이다. 오 후보 측은 “가상 양자대결은 전례가 없는 데다 합산하기도 쉽지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난색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양 측은 ③두 여론조사 회사가 개별 응답자에게 경쟁력과 적합도를 모두 물어보자는 수정안에 근접하기도 했다. 문항에는 이의가 없었지만 오 후보 측은 유·무선 혼합방식, 안 대표 쪽에선 무선 100%를 원하면서 결론이 끝내 나오지 못했다.
안 대표는 긴급입장문을 통해 “아직 시간은 있고 마지막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면서 “저는 대의를 위해 오세훈 후보가 수정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을 전적으로 수용하고자 한다”고 했다.
양당 관계자들은 “오세훈·안철수 후보 모두 ‘3자구도는 필패(必敗)’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결국 야권 단일화가 될 것”면서 “단일화가 조금 늦춰진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