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국민의힘이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구체적으로 유선전화 여론조사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양측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단일화 여론조사의 유·무선 혼합비율이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측은 유선전화 비율을 5~10%가량 혼합해야 한다고 했고, 안 대표 쪽에선 100% 무선전화로 조사해야 한다고 했었다. 유선전화(집 전화)에선 보수 성향이 있는 노년층이, 무선전화(휴대전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도·진보적 성향인 청·장년층이 더 많이 응답한다는 것이 여론조사 업계의 통설이다.

국민의당 실무협상단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가장 강하게 요구한 유선전화 비율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라며 “저희들이 제안한 안(案)은 철회하겠다”고 했다. 여론조사 방식·문항까지 큰 틀에서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취지다. 이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여론조사 포함비율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그 원칙에 따라 오늘 실무협상단이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오후 양측 실무협상단은 구체적인 여론조사 문항, 유선전화 비율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초 ‘가상 양자대결’ 방식을 선호했던 안 대표 측은 경쟁력 방식으로 조정하자는 국민의힘 요구도 큰 틀에서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문항을 확정하는 것에서는 현재까지도 이견이 남아있다.

이날 이태규 사무총장이 예로 제시한 여론조사 문항은 ‘이번 4월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대결하여 국민의힘 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 중에서 누가 더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다. 하지만 이 문항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대결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가상 양자대결 방식에 가깝다고 국민의힘 측은 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 수용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은 안 대표가 ‘전격 수용’ 방침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선거유세가 시작되는 오는 25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주말인 오는 20~21일 여론조사가 실시되면, 내주 초인 22일에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유세가 시작되기 전에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선출될 수 있다. 안 대표 측은 “유세차량이 가동되고, 기호 2번과 기호 4번의 현수막이 내걸리는 일만큼은 막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선전화 혼합비율 10%, 후보 경쟁력 문항을 안 대표 측에서 수용한 데 대해 “너무 늦지 않게 응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