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자신들이 약속했던 후보 등록일 이전의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했다. 거듭된 협상에서 여론조사 방식·문항에 대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서로 상대를 향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양측은 우선 후보 등록 마감 시한(19일 오후 6시)까지 각자 ‘기호 2번 오세훈’ ‘기호 4번 안철수’로 등록한 뒤,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는 29일 이전까지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야권 일각에선 “두 후보가 끝까지 완주(完走)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국민의힘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간 후보 단일화가 18일 무산됐다. 양측은 이날까지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5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 후보가 모두 완주하며 대립하는 ‘3자 구도’가 현실화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연합뉴스

애초 양측은 후보 등록일 이전에 단일화하려면 늦어도 이날까지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막상 협상장에선 물러서지 않았다. 오 후보 측이 ‘10%가량 유선전화(집전화) 비율로 후보 경쟁력을 묻자’고 했지만 안 대표 쪽에선 무선전화 100%에 가상 양자 대결 방식을 주장했다. ‘박영선 대 오세훈, 박영선 대 안철수 중 누가 더 승리 가능성이 높은가’라고 묻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여론조사 회사 한 곳은 응답자에게 경쟁력, 다른 한 곳은 적합도를 물어서 합산하자’는 수정안(案)에 근접했다. 조사 문항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비율을 놓고 다투다 협상이 결렬됐다. 야권 관계자는 “유선전화가 포함되면 오 후보가, 무선전화만 하면 안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며 “결국 자기들 유리한 방식만 고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두 후보는 장외(場外)에서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안 대표는 실무 협상이 무산된 직후 “가장 좋은 방법은 당 스스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러자 오 후보는 “결례되는 표현이지만 국민의당은 1인 정당으로 사실상 사당(私黨) 아니냐”고 했다. 안 대표가 김 위원장을 가리켜 ‘상왕(上王)’이라고 한 데 대해선 “목표 달성을 위해 이간질하는 셈”이라고도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자신의 아내를 가리켜 ‘상황제’라고 한 데 대해 “그 사람은 내가 보기에 정신이 이상하다”고까지 했다.

양당(兩黨)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감정싸움이 단일화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너무 무시한다’ ‘안 대표가 자기 고집만 부린다’는 비판론이 동시에 제기된 것이다. 김무성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실무 협상에 또다시 방해꾼이 등장해 일을 그르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에서 후보 등록에 나서기로 했다. 이 경우 투표용지에는 ‘기호 2번 오세훈’ ‘기호 4번 안철수’가 함께 찍혀서 나온다. 다만 투표용지 인쇄일(29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사퇴한 후보의 기표란에 ‘사퇴’라는 글자가 붉은색으로 새겨진다. 단일화 마지노선은 1차적으로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25일, 2차적으로는 투표용지 인쇄 하루 전인 28일이 될 전망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야권 후보가 모두 완주하며 대립하는 ‘3자 구도’가 현실화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 전임 시장의 성추문으로 치르는 선거인데도 야권이 스스로 무너지는 모양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