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공정성·중립성 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9일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신문 광고를 낸 시민에게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조사를 통보하자, 야당은 21일 “선관위가 여당 편을 들고 있다”며 반발했다. 선관위는 “절차에 따른 것이고 편파적인 게 아니다”라고 했다.
야당은 이날 “선관위인지 문관위(문재인+선관위)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이 나라가 독재국가가 아니라면 선관위는 조사를 즉각 멈추라”며 “선거운동의 의도가 전혀 없이, 오직 애국심과 안타까운 마음에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 글을 문제 삼고 조사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배준영 대변인 논평에서 “선관위가 야권 단일화에 의해 수세에 몰린 특정 정당을 편드는 것이냐”고 했다. 야당은 온라인상의 친여권 성향 글들은 방치하면서 고의성이 없는 광고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앞서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국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익명의 시민은 ‘김종인 안철수 오세훈님에게 고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야권 단일화를 촉구하는 일간지 광고를 게재했다. 선관위는 이 광고가 ‘선거 180일 전부터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 명칭, 후보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위반했다며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야당은 “선관위가 최근 너무 편파적”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선관위가 최근 예산 2150만원을 들여 서울 택시 150대에 투표 독려를 위한 홍보물을 붙인 것을 예로 든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홍보물이 흰 바탕에 민주당 상징색과 가까운 파란색 계열 글씨를 선택해 여당을 연상시킨다”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특정 정당의 색상과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올해 초 TBS(교통방송)의 “일(1)합시다” 캠페인이 기호 1번 정당인 민주당을 홍보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현시점에서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별다른 처분 없이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중앙선관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부산을 방문해 “신공항 예정지(가덕도)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선거 개입’이라는 야당 주장에도 “직무 수행 활동의 일환”이라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야당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선관위 판단도 문제 삼고 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공직선거법 9조를 보면 공무원과 국가기관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보궐선거 직전 지급되는 4차 재난지원금은 명백한 기부 행위”라고 했다. 그러나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정부 정책 발표 행위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야당은 친여 인사로 채워진 중앙선관위 구성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선관위 ‘투톱’(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 조해주 상임위원)은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지명된 인사다. 특히 조 상임위원은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또 국회 선출 몫으로 민주당이 추천한 조성대 위원은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선 때 “만세 만세 만만세”라고 트위터에 써 논란이 됐다. 중앙선관위원 9명 중 중립 성향이거나 야당이 추천한 위원은 2명에 불과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 일각에선 총선 개표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지 않았냐”며 “불리하다고 심판 탓을 하면 되느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가 다소 지나치게 선거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인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정치인과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의 신문 광고를 선거법 위반으로 보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선관위가 권한을 남용해 과도하게 선거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