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3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면서 여야는 14일에 걸친 선거전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측은 이날 “오 후보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이자 낡고 실패한 시장”이라며 “서울의 미래 박영선을 선택해달라”고 했다. 이에 맞서 오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의 길을 열라는 시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서울시장을 탈환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23일 야권 단일 후보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선출되자 “이제 구도가 확실해졌다”면서 “이번 선거는 서울의 미래 박영선 시장이냐, 낡고 실패한 시장이냐의 구도”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한국기자협회 토론회에서도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똑 닮은 후보가 돼 두 손을 불끈 쥐게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오 후보는 MB 아바타”라 했다. 오 후보가 이명박 정부 시절 무상급식 주민 투표가 무산되자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오 후보를 흘러간 옛 인물로 규정해 이번 선거를 ‘과거 대(對) 미래’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1월 말 출마를 선언한 박 후보는 첫 여성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미래 지향적 후보’ 이미지를 내세우며 정책 공약 발표를 이어왔다. 4선 의원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집권당 후보란 강점을 살려 “코로나를 극복하고 민생을 살릴 후보는 박영선”이란 점을 부각했다. 국민의힘에서 공격 지점으로 삼는 ‘정권 심판론’에 ‘인물론’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선거를 2주 정도 남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선 오 후보 우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 후보의 과거 행적과 신상을 둘러싼 의혹을 파고드는 네거티브전을 병행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 강선우 대변인은 오 후보가 과거 시장직에서 중도 사퇴한 것을 겨냥해 “이번 단일화는 ‘사퇴왕’ 대 ‘철수왕’의 대결에서 사퇴왕으로 단일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도 오 후보에 대해 “거짓말하는 시장”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제기한 오 후보 처가의 서울 내곡동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오 후보 해명이 달라지고 있다고 공격한 것이다.
민주당은 오 후보를 이명박 전 대통령 이미지와 연관 짓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당 회의에서 “오 후보는 MB 아바타”라면서 “그는 시민 삶을 외면한 채 전시 행정에 몰두하다가 실패한 전직 시장”이라고 했다. 김 대행은 “부패와 비리로 얼룩지고 실패한 이명박 토건 부패 세력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현 정부의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로 구속 수감 중인 MB의 부정적 이미지를 오 후보에게 투영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불리한 선거 구도와 오 후보에 뒤처진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MB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남은 선거 기간 오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힘있는 집권당 후보’란 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후보는 174석을 가진 집권당 후보로서 코로나 극복 대책과 복지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알리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가 강남 노후 아파트 재건축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런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야당과 비교해 압도적인 조직력도 총동원하고 있다. ‘LH 사태’로 바닥으로 떨어진 민심을 다잡기 위해 여당이 강점이 있는 조직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지방선거, 총선 모두 서울에서 압승해 국회의원(전체 49명 중 41명), 구청장(25명 중 24명), 시의원(109명 중 101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