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한 국민의힘·국민의당은 23일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안 대표는 오세훈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 오 후보는 “안 대표에게 유세차에 올라서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겠다”고 했고, 안 대표도 “오 후보의 요청이 온다면 함께 시민들을 만나겠다”고 했다.
◇안철수, 오세훈 유세차에 올라 지원 유세 가능
오세훈 후보는 이날 단일화 결과가 발표된 직후 ‘안 대표와 합동 유세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합동 유세뿐이겠느냐. 여러 가지 형태로 도와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안 대표도 본지 통화에서 “코로나 상황으로 조심스럽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함께 유세에 나서겠다”며 “오 후보와 각각 서울의 다른 권역에서 선거운동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와 상의해서 어떻게 하면 잘 도와드릴 수 있을지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24일 서울시장 후보에서 공식 사퇴할 예정이다.
양당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25일 전후로 공개적으로 만나 서울 시민들에게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기로 했다. 이날 전화 통화에서 오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하자, 안 대표는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당은 구체적인 합동 유세 방식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과거 사례를 참조해서 홍보 인쇄물에 ‘야권이 단일화했다’는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이를테면 ‘안철수가 오세훈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문구나 두 사람이 함께 웃는 사진을 홍보물에 싣는 방식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 같은 선거운동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한 후보자가 그 정당(국민의힘)의 선거대책기구 구성원이나 연설원이 되는 것은 선거법 취지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 대표가 ‘오세훈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거나, 유세 현장에 나가서 지원 연설에 나설 수도 있다. 안 대표가 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혹은 소셜미디어(SNS) 공간에서 지원을 호소하는 방식의 선거운동도 가능하다.
◇국민의당 차량에 오세훈 포스터 부착은 불가
다만 현행 정치자금법은 다른 정당에 국고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당 차원에서 홈페이지·페이스북으로 ‘오세훈 선거운동’은 가능하지만 비용은 모두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국민의당이 오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신문 광고나 방송 광고, 인터넷 광고는 아예 할 수 없다. 선거 광고비는 해당 후보 측에서 모두 부담하도록 선거법이 제한하는 까닭이다. 국민의당 당비(黨費)로 공동 선거운동에 나서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선관위 판단이다.
국민의당이 정당 차량에 오 후보 선거 포스터 부착한 상태로 운행하는 방식의 선거운동도 불가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에 한해서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사무소마다 각 5대씩만 차량 운행이 가능하다”면서 “지원 대수와 관계없이 국민의당 차량이 동원되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합동 유세 문제는 선거철마다 논란이 되어 왔다. 선거 소품 착용 문제가 대표적이다. 선거법 68조는 선거 소품 사용이 가능한 사람을 후보자 본인·배우자·선거사무원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지원 유세에 나서다 보면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 인사들의 얘기다. 지난해 총선 유세 현장에서는 당시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모(母)정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기호가 적힌 점퍼를 뒤집어 입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가 ‘오세훈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더라도 유세용 점퍼·어깨띠까지 착용하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선관위 측은 “안 대표가 오 후보의 선거 소품을 착용하려면 별도로 오 후보 측의 선거 사무원으로 등록해야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