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경선 결과에 승복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졌지만 원칙 있게 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저는 국민께서 바라시는 정권 교체 교두보를 함께 놓아가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향해서는 “반드시 승리해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지 3개월 만에 야권 단일화 패배로 사퇴한 것이다.
비록 패했지만 중도·보수 통합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향후 안 대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그는 단일화 승패와 무관하게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合黨)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안철수 후보야말로 진정한 승자”라며 “그의 뚝심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합당한 이후 안 대표가 직접 대선 주자로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서 야권의 여러 인재들, 시민단체들까지 모두 모이는 범야권 대통합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경우 국민의힘과 안 대표, 윤 전 총장이 함께하는 중도·보수 단일화가 내년 3월 대선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
한편에선 안 대표가 또다시 ‘제3 지대의 벽’에 부딪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당 체제가 확고한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소수 정당(政黨)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범야권 후보직을 양보한 이후, 지금껏 5차례 단일화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경선 초반 압도적인 지지율을 등에 업고도, 뒷심에서 밀렸기 때문에 안 대표가 표방하는 ‘극중(極中)주의’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비록 졌지만, 많은 분이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보셨을 것”이라면서 “외롭고 힘들더라도 새로운 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전진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