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라고 인쇄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활용한 ‘문재인 마케팅’을 사실상 중단했다. 최근 LH 투기 사태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민심이 돌아서고 문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을 앞세우지 않는 선거 전략을 펴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 때 후보자들이 앞다퉈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세우며 ‘친문(親文) 마케팅’을 벌였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최근 배포한 선거 공보물에 문 대통령 관련 메시지를 따로 싣지 않았다. 문 대통령 사진을 작게 쓴 페이지에서도 박 후보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활동만 집중 소개했다. 문 대통령보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더 크게 실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3.30 국회사진기자단

박 후보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시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며 적극적인 친문 행보를 펼쳤었다. 하지만 최근 유세장에선 박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 모두 문 대통령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다. 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란 언급 자체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당 지도부의 지원 유세에서도 ‘문재인’이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만 언급됐다.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공보물에 문 대통령 사진을 아예 쓰지 않으면서 “가덕도 신공항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제대로 추진하겠다”고만 했다.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의 단골 구호였던 “문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표를 달라” 등의 메시지는 사라진 것이다.

문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은 최근 정부를 향한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심판론, 정부 견제론이 높은 상황에서 괜한 친문 마케팅으로 중도층 표를 버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용산역에 설치된 사전 투표소… "내달 2~3일 먼저 투표하세요" -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용산역 KTX 승강장 입구에서 사전투표소 설치를 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는 다음 달 2~3일 진행된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가 유세장에서 문 대통령을 언급할 때는 주로 ‘읍소 전략’의 경우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28일 재선거가 예정된 울산(남구청장)과 경남 의령(군수)을 찾아 “문재인 정부와 송철호 울산시장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를 뽑아달라” “저 이낙연이 좀 봐줘서 문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 손잡고 일 좀 할 사람 만들어달라”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