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활용한 ‘문재인 마케팅’을 사실상 중단했다. 최근 LH 투기 사태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민심이 돌아서고 문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을 앞세우지 않는 선거 전략을 펴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 때 후보자들이 앞다퉈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세우며 ‘친문(親文) 마케팅’을 벌였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최근 배포한 선거 공보물에 문 대통령 관련 메시지를 따로 싣지 않았다. 문 대통령 사진을 작게 쓴 페이지에서도 박 후보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활동만 집중 소개했다. 문 대통령보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더 크게 실었다.
박 후보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시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며 적극적인 친문 행보를 펼쳤었다. 하지만 최근 유세장에선 박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 모두 문 대통령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다. 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란 언급 자체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당 지도부의 지원 유세에서도 ‘문재인’이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만 언급됐다.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공보물에 문 대통령 사진을 아예 쓰지 않으면서 “가덕도 신공항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제대로 추진하겠다”고만 했다.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의 단골 구호였던 “문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표를 달라” 등의 메시지는 사라진 것이다.
문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은 최근 정부를 향한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심판론, 정부 견제론이 높은 상황에서 괜한 친문 마케팅으로 중도층 표를 버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유세장에서 문 대통령을 언급할 때는 주로 ‘읍소 전략’의 경우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28일 재선거가 예정된 울산(남구청장)과 경남 의령(군수)을 찾아 “문재인 정부와 송철호 울산시장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를 뽑아달라” “저 이낙연이 좀 봐줘서 문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 손잡고 일 좀 할 사람 만들어달라”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