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꼽고 나오자 여권의 강성 지지자들이 초선 의원들에 대해 맹공을 가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는 조국 사태 때 조 전 장관을 감싼 것을 반성한 일부 초선 의원들을 ‘초선 5적(敵)’으로 지목하고 출당을 요구했다. 선거에 참패한 민주당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입장을 두고 다시 갈라지고 있다.
민주당 2030세대 초선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지난 9일 재·보선 참패를 반성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조 전 장관을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에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돼 검찰 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주말 동안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선 이들을 ‘초선 5적’이라 부르며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한 당원은 “초선들이 등 뒤에서 칼을 꽂고 있다”고 했다. “내부 총질하는 초선족” “배은망덕하다” “강성 지지자는 후원금 받을 때만 필요하냐” 같은 비난 글도 올라왔다.
일부 강성 지지자는 초선 의원들을 향해 ‘문자 폭탄’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조국백서’ 자문위원이었던 김정란 상지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일부 초선 의원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문자 폭탄’을 독려해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조국과 검찰 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나”라며 “우리 정체성을 부정하면 지지층 동지들을 잃는다”고 했다.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시사타파TV’의 이종원 대표도 “선거 패배의 원인을 조국과 검찰 개혁에서 찾은 것은 180석을 만들어준 촛불 시민과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제일 싫어 하는 부류는 머리는 좋지만 의리 없는 족속들”이라며 “왜 하필 민주당에서 정치를 하는지, 겉 멋만 들어서 그 의미도 모르고 철학도 없이 우리의 지향과 가치도 버리자고?”라고 했다. 강성 지지층의 비난이 빗발치자 초선 5인 성명에 참여한 장경태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잘못했다고 얘기한 것이 아닌데 왜곡 전달됐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일부 재선·중진 의원들은 초선 의원들을 지지하며 쇄신론에 힘을 보탰다. 재선의 박용진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서 “다양한 의견 표출과 민주적 의견 수렴은 꼭 필요한 에너지 응축 과정”이라며 “반성과 의견 표출조차 문자와 댓글로 위축된다면 국민은 민주당의 경직성에 더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재·보선 첫 번째 패인은 시민이 오만한 태도를 바꿀 방법이 없다고 느낀 데 있다”며 “아직도 기득권과 무오류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했다. 4선의 노웅래 의원도 “폭풍 쇄신만이 민심”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재선 의원 49명은 12일 긴급 모임을 갖고 선거 패인과 당 쇄신안을 논의한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함에 따라 새 최고위원들을 5·2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애초 당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뽑고 최고위원은 지자체장 등으로 구성된 당 중앙위원회에서 뽑기로 했으나, 당원과 국민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면서 입장을 바꿨다. 다만 일각에선 “전대 직접 투표 방식으로 당 지도부가 다시 친문 일색으로 채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 지역위원장·지자체장 등 800명으로 구성된 중앙위에서는 계파·지역·성별·세대 등을 안배한 통합적 지도부 출범이 가능하지만, 전당대회는 친문 권리당원들의 목소리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