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윤호중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윤호중(4선·경기 구리) 의원이 16일 선출됐다. 윤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을 뒷받침하면서 차기 당대표와 함께 내년 대선도 이끌게 된다. 이해찬계 친문(親文) 당권파로 분류되는 윤 의원이 큰 격차로 원내대표에 추대되면서, 재·보선 참패 이후 분출된 ‘친문 후퇴론’은 힘을 잃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정치권에선 “재·보선에서 민심 이반이 확인됐으면서도 의원들이 ‘도로 친문’ 지도부를 선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치러진 경선에서 전체 169표 가운데 과반인 104표를 얻었다. 당 쇄신을 앞세운 박완주(3선·충남 천안을) 의원은 65표를 얻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86운동권(80년대 학번, 60년대생), ‘부엉이 모임’으로 대변되는 친문 그룹뿐만 아니라 초선들의 지지를 두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는 개표 직후 “패배의 늪에서 벗어나서 유능한 개혁 정당으로 함께 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윤 원내대표의 대세론과 박 의원이 내세운 쇄신론이 맞붙는 구도였다. 재·보선 참패 직후에는 ‘쇄신·협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때 박 의원의 선전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민주당 강성 친문들이 “더 강한 개혁을 하지 못해서 선거에서 진 것”이라며 반격하면서 윤 원내대표가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비주류 인사는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결과”라며 “국민 앞에 조금 부끄럽게 됐다”고 했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호중(왼쪽) 의원이 박완주(오른쪽) 의원에게 승리한 뒤 두 손을 들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 원내대표 당선으로 당·청(黨靑) 관계는 기존의 ‘원 팀 기조’대로 협력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친문 강경파가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 발표에서 “속도 조절, 다음에 하자는 말은 핑계일 뿐”이라면서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언론개혁처럼 많은 국민께서 염원하시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당내 86운동권 그룹의 맏형 격이다. 민주당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사무총장 등 요직을 거쳤다. 작년 총선 때는 이해찬 당대표 밑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인재 영입과 공천 실무에 관여했다.

21대 국회에선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 야당 반발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였다. 그는 지난해 부동산 관련법을 법사위에서 일방 통과 시킨 뒤 “역사서에 대한민국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날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입법 과제와 관련해 그는 “이미 제출된 법안이 많이 있고, 앞으로 제출될 것도 있다”며 “검찰 개혁 법안은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협의해서 추진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검찰 개혁’ 방법론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강경파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저를 친문으로 분류하는데, 특정 계보보다는 당을 위해 일해왔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된 국회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향후 야당과의 관계는 험로(險路)가 예상된다. 그는 원내대표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2년 차 원내대표는 원(院) 구성에 대한 협상 권한이 없다”고 했다. 야당과 상임위원장 협상은 없다는 취지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협치와 개혁을 선택하라면 개혁을 선택하겠다. 협치라는 말은 저희가 선택할 대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 사이에선 윤 원내대표 선출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냐’는 걱정이 존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