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8일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부겸 후보자를 향해 “대깨문들에게 왜 아무 소리 안 하냐”고 했다. 강성 친문(親文) 지지층이 현 정부에 쓴소리 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거세게 공격하는데도 김 내정자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를 ‘형’이라고 부르며 “나라도 걱정되고 나에게 정치 입문을 설득했던 부겸이 형도 걱정되어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며 “극단의 정치를 이끄는 이른바 ‘대깨문’들에게 왜 아무 소리 안 하는지 모르겠다. 대깨문들의 분노정치를 무너뜨려 달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돼 원희룡·남경필·정병국 등과 함께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도하는 소장개혁파 운동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했다.
원 지사는 “사실 후보자가 한나라당 박차고 떠날 때의 그 기준이면, 지금은 ‘대깨문’ 행태를 비판하고 민주당 박차고 떠날 때”라며 “형, 총리 청문회 하기 전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라. 그게 안 되면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원 지사는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이 바른 소리 할 때 왜 힘이 되어주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 겁이 나서?”라며 “정치적으로도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박 의원과 금·김 전 의원은 ‘조국 사태’ 등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조금박해’라고 불렸다. 이후 강성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탈당하라” “국민의힘으로 가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원 지사는 최근 ‘조국 사태’에 반성한다는 입장문을 쓴 민주당 젊은 초선의원들을 언급하며 “초선들이 공격받아도 아무 대응 못 하면서 국민들의 질책에 답을 하겠다는 총리 내정 소감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국무총리로 지명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성찰할 것은 성찰하고 혁신할 것은 혁신하겠다”며 “부동산 정책 등 국민의 따가운 질책에 원칙을 세워 쇄신하겠다”고 했다.
원 지사는 “우리 학생운동 할 때 적개심에 사로잡혀, 아침 거울 속 분노에 가득 찬 얼굴에 스스로 놀라던 때가 있지 않았나”라며 “아직도 그런 상태의 사람들이 나라에 많은 건 비정상이다. 정부 여당에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그런 사람들이 두려워 뭘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은 더 비정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