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의 교통 과태료 징수액이 현 정부 출범 후 매년 증가해 지난해 징수액이 역대 최다인 7738억9200만원으로 19일 집계됐다. 경찰이 2017년부터 무인(無人) 과속 단속 카메라의 제한속도 허용 범위를 줄이면서 그만큼 단속 건수가 늘어난 것이 교통 과태료 징수액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야당은 “경찰의 교통 단속이 안전사고 예방보다는 과태료 징수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고 했다.

/일러스트=박상훈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입수한 경찰청 ‘교통 과태료 징수액’ 자료를 보면, 경찰의 교통 과태료 징수액은 2013~2016년 연간 6000여억원 안팎을 유지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크게 늘었다. 2016년 5851억8900만원이었다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726억3700만원으로 870억원 이상 늘었다.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7022억4200만원, 7480억5000만원으로 늘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교통 과태료 징수액에는 무인 카메라가 단속한 과속, 신호 위반 등도 포함됐다.

2017년 이후 해마다 과태료 징수액이 느는 데는 경찰이 2017년 2월부터 무인 과속 단속 카메라의 제한속도 허용 범위를 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한속도 허용 범위란 무인 카메라의 오차 등을 감안해 제한속도를 넘더라도 일정 정도까지는 단속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시속 110㎞ 제한속도 구간에서, 115㎞ 정도로 달리는 차량은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7년 2월부터 허용 범위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단속에 걸린 차량도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도심을 중심으로 단속 기준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속 60㎞ 제한속도 구간'은 무인 카메라의 제한속도 허용 범위가 줄어든 반면, 주로 고속도로에 있는 ‘시속 100㎞ 제한속도 구간'은 허용 범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은 구체적인 제한속도 허용 범위를 공개하지 않는다. 경찰청은 “제한속도 허용 범위 기준이 공개될 경우, 단속되지 않을 수준에서 제한속도보다 과속으로 운전하여 교통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비공개 정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인 단속 장비의 제한속도 허용 범위는 도로 여건이나 교통 환경과 더불어 단속 장비 및 차량별 계기판의 오차율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경찰은 제한속도 허용 범위를 줄인 까닭을 묻는 권 의원실 질의에 명확히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 단속 카메라 수가 증가한 것도 교통 과태료 징수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정형 단속 카메라는 2017년 1167대, 2018년 1347대, 2019년 1388대, 2020년 8월 기준 1414대가 새로 설치됐다. 이동형 카메라도 2017년 35대, 2018년 68대, 2019년 82대, 2020년 8월 기준 63대가 추가로 설치됐다. 이에 따라 과속 등으로 인한 단속 건수는 2016년 1134만3595건이었다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402만5804건으로 1년 새 268만건 이상 늘었다. 이후 2018년 1446만8674건, 2019년 1511만9173건, 지난해엔 1531만8442건으로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보도 자료를 통해 “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를 집계한 결과 3079명으로, 2018년 사망자가 4000명 이하로 내려온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다”며 과속 단속을 강화해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거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경찰이 과속 단속 카메라의 제한속도 범위를 은근슬쩍 축소해 단속 건수가 늘어난 것과 교통사고 예방 효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권영세 의원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재택근무·수업이 많아져 교통 이동량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와 관련 있을 수 있다”며 “사고 예방보다 단속에 집중하면서 국민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 아닌지 규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