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 오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제안한 데 대해 여권 인사들은 “당사자들이 반성하지 않는 이상 사면은 안 된다”며 거듭 선을 그었다. 여권 일각에선 “한명숙 전 총리부터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우원식 의원은 이날 “과거에 권력을 가졌던 분이라고 해서 아무런 절차나 과정 없이, 본인들 반성 없이 사면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은 “선거 직후에 성급하게 꺼낼 일인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최민희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명숙 전 총리님, 얼마나 가슴을 앓고 있으실지. 이명박근혜 두 사람에 대해선 ‘사면, 사면’ 하는데 억울한 한 총리님부터 사면해야 하는 것 아닐지요”라고 했다.
다만 연초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사면론을 꺼냈다가 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에 부닥쳤을 때와 비교하면 4·7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권 내 강경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사면은 결국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날 “대통령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사면 카드를 깊이 있게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에선 사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면론을 제기한 시점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은 이날 “과거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던 전직 대통령도 이렇게 오래 감옥에 있지 않았다. 통합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결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부끄러운 조상도 내 조상”이라며 사면을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재섭 비대위원은 “2030 지지자들이 ‘다시 옛날 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 쓴소리를 많이 해줬다”고 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왜 야당이 먼저 꺼내나. 전술적 실패”라고 했다. 재·보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는 것은 ‘낡은 보수로 회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코로나 백신 수급 문제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 사면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