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외눈’이라는 표현이 장애인 비하인지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문맥도 이해 못하느냐” “대꾸할 가치가 있나 싶다”고 공방을 주고 받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인사가 추 전 장관과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발단은 추 전 장관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치켜세우는 게시글이었다. 지난 23일 추 전 장관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치편향 논란에 대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과 달리 양 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었다.
그러자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설마 추 전 장관께서 장애인비하 의도를 갖고 그런 수준 이하의 표현을 한 것은 아닐 걸로 애써 짐작한다”면서도 “잘못한 것이 틀림없는 만큼 서둘러 사과하라”고 했었다. 그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지금도 다리가 불편한 상태다.
추 전 장관은 이틀 뒤인 26일 “문맥도 이해 못하느냐”고 반격했다. 그는 “국어사전에 ‘외눈’은 짝을 이루지 않고 하나만 있는 눈, 두 눈에서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볼 때 뜬 눈이라고 풀이하고 있다”며 “접두어 ‘외-’는 ‘혼자인’이라는 뜻도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외눈’은 시각장애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문맥을 오독하여 제 뜻을 왜곡한 것”이라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대꾸할 가치가 있나 싶었지만 애써 몇 가지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재차 반박했다. 그러면서 “외눈이 국어사전에 있음을 근거로 비하 표현이 아니라고 했는데, ‘절름발이’ ‘난장이’ 등도 국어사전에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비하, 차별, 혐오이냐 아니냐의 판단 기준은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다”면서 “성희롱 판단 기준이 상대방 감정에 달려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추 전 장관은 표현하신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이 느낄 감정을 생각해보셨느냐”고 했다.
이어 “상대방이 싫은 것은 하지 않는 것이 품격이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라면서 “잘못을 지적받았는데도 계속 억지 주장을 하는 건 옹고집일 뿐으로 얼른 시정하시고 사과하시라”고 했다.
앞서 추 장관의 ‘외눈’ 게시물에 대해 중증 발달장애 동생이 있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인사들의 장애 혐오 발언은 아무리 지적을 당해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은 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장애 비하 표현에 대한 즉각적인 수정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